또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성장 잠재력 저하, 양극화 심화, 과도한 부채"를 꼽았다.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물가와 성장의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전임자인 김중수 총재와의 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중앙은행의 신뢰회복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정작 한은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지적에 대해 "(거시건전성) 목적과 수단 간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은행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보유출, 불완전판매, 저축은행 부실 등에 대해 한은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왜 일어나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중수 총재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5월 금리인하에 대해 "4월에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된 것은 중앙은행이 시그널을 줬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서 금리인하가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정책의 약발이 안 먹힌다는 지적에도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며 "약속한대로 이행하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한 결과 아니겠느냐.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관건은 신뢰"라며 "경제현상과 미래 흐름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의 갭을 줄이면서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를 비판했던 부총재 시절 퇴임사와 맞물려 향후 한은 조직개편 및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지금 총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고 그늘진 부분이 있었다는 뜻"이라며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설훈 민주당 의원의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는 주문에 이 후보자는 "성장잠재력 저하, 각 부문 간 양극화 현상 심화, 과도한 부채"를 언급했다. 다만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금융 리스크 차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가계부채 문제의 포커스는 1분위(소득하위) 계층에 맞춰야 하고 금리정책보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밝혔다.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궁금해하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경제가 저성장 기조인 지금 물가와 성장의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균형 잡힌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또 저물가 장기화에 따라 물가목표 범위를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 상황에 맞춰 목표를 계속 수정하면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며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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