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 KT ENS 대표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환의무가 있는 기업어음(CP) 491억원을 갚을 여력이 없어 불가피하게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일부 협력사가 주도한 3,000억원대 금융대출 사기사건 발생 후 금융권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KT ENS는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태양광 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다. 지금까지 17차례 만기를 연장했지만 이번에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다. 강 대표는 "PF의 사업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담보확보 등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과 PF 개선 등 조기 경영정상화를 통해 협력사와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했다. KT는 KT ENS에 대해 투자·대출 등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KT는 "대주주로서 법적 한도 내에서 경영상의 책임을 지겠다"며 "KT 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자금지원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채권단이나 투자자에게도 부도보다는 법정관리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KT가 끝까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다분히 의도적인 책임회피'라는 해석이다. 법원이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모든 채권 행사가 동결되고 피해액 일부는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KT와 KT ENS가 사기대출에 대한 배상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다. 은행들은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법원에 매출채권을 신고하고 매출채권의 존재를 부인하면 지급채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기대출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T가 100% 출자한 회사인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겠냐"며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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