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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한국카프로락탐 김선옥사장

한국카프로락탐(대표 김선옥)은 지난 1일 99년 임금을 무교섭으로 타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내용은 임금동결및 2000년까지 인위적 고용조정불가, 호봉승급정지등이 주요 골자다. 정리해고를 안하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기로 노사가 뜻을 같이했다.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서서히 걷힐 기미를 보이자 최근 여기저기서 임금인상요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경기호전 전망에 편승, 근시안적인 제몫챙기기가 고개를 들고있는 가운데 한국카프로락탐의 사례는 노사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무교섭합의는 노사간에 깊은 신뢰와 상호이해가 없인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교섭합의를 성사시킨 이면에는 최고경영자인 金사장(54)의 경영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 金사장의 제1원칙은 신뢰다. 金사장은 『신뢰는 솔직하게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는데서 나온다. 신뢰가 있어야 조직이 활력을 갖고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金사장은 수시로 울산공장에 내려가 종업원들과 소주파티를 갖고 서로의 벽을 허문다. 金사장과 일대일로 얘기를 나누지 않은 직원이 없을 정도로 대화에 공을 들인다. 金사장은 지난해 시무식때 한해동안 단 한사람도 인위적인 감축은 없을 뿐만 아니라 급여삭감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1년동안 그 약속을 지켰다. 97년 2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마당에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순리에 안맞는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동남아경제의 침체와 단가폭락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도 20억원으로 줄었다. 金사장은 이같은 상황을 노조등 근로자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했다. 이에 노조는 金사장의 진의를 잘아는 만큼 임금동결등을 내용으로 하는 무교섭합의로 화답했다. 金사장은 30년 가까이 재정경제원등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차관급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지낸 고위관료출신이다. 지난 97년 한국카프로락탐의 사령탑을 맡아 경영일선에 나섰다. 金사장은 『경영이나 정부조직이나 조직운영원리는 똑같다.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신뢰가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사장은 대표이사에 취임한후 제조기술까지 섭렵해보려는 의욕을 가졌다. 그러나 복잡한 공정때문에 포기하고 생산관리를 공장장등 실무진에게 완전 위임했다. 이는 金사장이 공직에서 보여줬던 업무스타일과 일치한다. 金사장은 경제정책 입안시 큰 줄기를 세워주고 세세한 부분은 부하직원에게 맡겼다. 대범하게 밑그림을 그려주고 조율하며 강하게 밀어부치는 것이 金사장의 업무방식이다. 한국카프로락탐은 지난 69년에 설립됐다.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공기업으로 출발, 74년 6월 공장가동을 시작했다. 88년 민영화조치에 따라 현재는 효성, 코오롱, 고합등이 주주로 있다. 최대주주는 20.03%를 소유한 효성이다. 카프로락탐은 나이론제품의 중간재로 석유화학의 꽃으로 불린다. 생산과정이 일반 정유공장에 비해 5개이상의 공정을 더 거쳐야 하는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연간 국내 수요량은 약 35만톤. 한국카프로락탐은 국내 6개 나이론사의 필요량의 35%정도만 공급하고 있다. 증산을 위해 2000년까지 10만톤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카프로락탐의 지난해 매출액은 2,220억원. 전년보다 9.3% 성장했다. 97년에는 매출액 2,031억원에 2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97년에는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발생한 재평가차익 652억원을 전액 자본잉여금으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또 차입금도 97년 23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현재 부채비율은 32%에 불과하다. 유보율은 1,910%. 그러나 金사장은 한국카프로락탐이 독점기업인 단점을 걱정하고 있다. 金사장은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방만한 경영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전임 경영자들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봉급수준으 올린 것은 좋았지만 어려운 상황이 오니 대책이 없는 것이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金사장은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어려울때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와함께 金사장은 현재 세계 10위권인 카프로락탐 생산능력을 오는 2000년초까지 20만톤으로 끌어올려 회사를 세계의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제2의 인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경영에 애착을 갖고 있는 金사장. 그는 요즘 회사의 굳은 체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이룰지 고심하고 있다. 관료시절 재벌그룹의 계열사 출자제한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고치기 위해 악전고투했던 것처럼 이제는 한 독점기업을 뜯어고치는데 팔을 걷어부쳤다. 金사장은 사심이 없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매사에 대범했다. 또 옳은 일은 반드시 밀어부치는 추진력도 겸비했다. 金사장은 『20년전 한국카프로락탐은 국내 20대 기업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1000대기업에 겨우 낄 정도다』며 『2000년대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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