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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찾는 벤처캐피탈]<상>내실부터 다진다
입력2003-02-04 00:00:00
수정
2003.02.04 00:00:00
강창현 기자
벤처캐피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코스닥 활황기였던 지난 97년부터 몇 년간 벤처기업 투자와 기업공개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경기부진과 주식시장 침체로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벼랑 끝으로 추락했다.
올들어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펀드운영과 인사관리 등 내부체질 개선으로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투자보다는 기업구조조정(CRㆍCorporate Restructuring)과 인수합병(M&A) 비중을 높이면서 관리나 화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 기업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려 단기간에 매각하는 사업을 강화하는 것. 또 프로젝트 베이스(Project Base)로 팀을 운영하거나 과감한 성과급제를 도입해 개별팀간, 심사역간 경쟁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2~3년에 한번씩 회사에 기여한 실적을 바탕으로 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능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정글의 법칙`을 적용시키면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M&A로 승부 건다 = 주식시장 활황기에는 벤처투자, 불황기에는 구조조정이라는 원칙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케이티비네트워크는 2년전만 해도 벤처기업 투자와 구조조정투자 비중이 9대 1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대 5까지 끌어올렸다.
권오용 상무는 “올해는 CR과 M&A 투자비중이 벤처투자보다 2~3배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정관리나 화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외국계 투자기관과 공동펀드를 만들어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로 했다. 벤처투자를 위한 펀딩(Funding)은 한물가고 기업가치 제고가 벤처캐피털의 새로운 수익원이 된다는 얘기다.
한국기술투자는 지난해 미도파 구조조정에 참여하면서 수백억원의 매각차익을 낸 것을 경험삼아 올해에는 구조조정 사업에 더욱 몰두하기로 했다. 벤처투자의 경우 회수기간이 4~5년 가량 긴데다 코스닥 등록후에도 주식매각제한에 걸려 수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종민 기획관리실장은 “M&A를 위해 거래소와 코스닥 등 3개 기업에 대한 기업실사를 진행하는 등 앞으로 벤처투자보다는 CR사업으로 승부를 낼 것”이라며 “CR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10여명의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화기술투자와 합병한 무한투자도 기존 투자자금 회수에 주력하면서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컨설팅과 M&A에 나서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30~40대 젊은 피가 주도한다=한국기술투자는 4일 40대 전반의 `벤처캐피털 2세대`를 전진 배치하는 능력위주의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50대 창업세대를 대신해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벤처캐피털 2세대가 벤처캐피털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업계의 체질개선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한국기술투자는 재무제표 등 단순한 기업심사만 담당하는 운용역은 선호하지 않는다. 기업심사뿐 아니라 투자판단, CR진행, 기업가치 육성 등 CEO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를 우선적으로 선발할 방침이다. 사업팀을 벤처팀, 구조조정팀, M&A팀으로 크게 나누고 팀장은 학교와 연령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인정 받는 심사역이나 외국계 인사를 수시로 영입한다는 전략이다.
케이티비네트워크는 개인역량과 팀별 성과를 합한 종합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매년 실적과 수익기여도를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평가해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지난해 160명을 넘었던 직원을 110명 안팎으로 줄이고 25개였던 팀을 9개 팀으로 대폭 축소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슬림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창현기자 chkang@se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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