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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익배당에 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낮은 투자수익률 때문에 투자자의 근심 혹은 관심이 늘어난데다 고위 당국자가 논의에 불을 지폈다.
최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사가 배당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세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거나 거꾸로 내부유보가 과도하면 세금을 물리는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주무 장관의 취임 일성이니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경영자 단체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논란은 폭발할 조짐이 보인다.
근래 국내 상장사들의 유보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10대 그룹 사내유보금 총액이 500조원을 넘겼다는 보도도 있었다.
유보율이 크게 높아진 것을 보고 '회사가 돈을 안 쓰고 곳간에 쌓아두기만 한다'는 식의 해석이 많다. 그런데 이런 해석이 적절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해를 낳기 쉬운 해석이다.
(사내)유보율은 (사내)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다. 여기에서 유보(금)의 개념에 유의해야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아니다. 벌어들인 수익 중 배당 등으로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사내에 남아 있는 금액이다. 이 유보금을 나누는 자본금은 증자로 회사에 유입된 금액이다.
유보금은 당연히 회사가 여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장을 짓고 기계와 원료를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다. 나중을 대비할 목적으로 아무 데도 쓰지 않고 보관만 할 수도 있다.
공장을 짓기 위해 현금을 지출하면 현금이라는 유동자산은 감소하지만 고정자산인 공장으로 대체된다. 이 경우 현금이 회사에서 유출됐으니 유보도 줄어든 거 아니냐고 오해할 법하다. 그러나 실상 위에서 얘기한 유보는 아무 변화가 없다. 현금이든 공장이든 원재료든 아니면 다른 회사 주식이든 배당으로 지급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보는 재무제표상으로는 크게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으로 구성된다. 이익잉여금은 사업으로 번 돈이고 자본잉여금은 증자나 감자 과정에서 회사가 얻은 이득이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결국 최초 출자로 회사에 들어온 돈에 비해 사업활동이나 증자·감자 등에서 회사가 얻은 이익이 큰 반면 배당으로 나간 돈은 작다는 뜻이다. 요컨대 투자금이 비율 상으로 크게 불어났다는 뜻으로 봐도 얼추 무리가 없다.
이처럼 유보와 유보율 개념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보율이 높다고 회사가 현금만 쌓아두고 있다고 엉뚱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이익을 정작 설비투자하는 데 써버려 현금 보유가 부족한 회사는 그런 해석이 억울할 것이다.
한편 사내유보금이 과다해 세금을 부과해야겠다면 회계장부에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 규모만 봐서는 곤란하다. 배당하지 않고 남은 돈이 현금으로 있는지 아니면 공장이나 설비로 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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