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단기간 지수 하락반전을 겨냥한 외국인들이 대차거래를 이용해 투기적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수흐름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의 투기성매물이 점차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수변동성이 다소 커질 수 있어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 매수에 나서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관심범위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ITㆍ자동차 등 쇼트매도 다시 늘려=16일 외국인이 2,000억원 넘게 순매도를 보이며 5일째 매도우위를 이어갔다. 10일 이후 누적순매도만 1조4,200억원(15일 기준)으로 반등장에서 사들인 물량을 고스란히 팔아치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미리 내다파는 쇼트매도(short selling)가 수급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차거래 대상종목도 상승장을 이끈 대형주에 몰려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14일 외국인이 대차거래한 상위종목들은 포스코(64만주), 현대중공업(53만주), 하이닉스(580만주), 현대차(198만주), 삼성전자(23만주), NHN(34만주), 대우증권(324만주), 국민은행(93만주), 미래에셋증권(38만주), 동양제철화학(16만주) 등으로 집계됐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안도랠리가 막바지에 달했다고 보고 이를 다시 매도에 나설 기회로 삼고 있다”며 “대차잔액 증가는 투기적인 쇼트매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관ㆍ외국인 관심주로 투자범위 좁혀야=미국 투자은행 실적발표 등 시장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가 추가 급락의 빌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최근 주가흐름을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어 급격한 지수하락보다는 숨 고르기 국면 연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수가 안정되면 외국인 영향력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대차거래에서도 예상만큼 하락폭이 작거나 주가가 오를 경우 쇼트커버링(매도주식 재매수)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송경근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손절매를 위해 쇼트커버링으로 청산하면 상승한 주가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대차거래잔액비율이 높고 적정주가에 크게 못 미치는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기관이 장세흐름을 주도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도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신이 전기전자ㆍ운수장비주를 매도하고 있지만 비중을 조절하고 있을 뿐 긍정적인 시각이 바뀐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은행ㆍ화학 등 그동안 기관이 꾸준히 매수에 나선 종목들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이후 반등장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순매수를 보인 상위종목은 삼성전자ㆍ삼성증권ㆍ삼성SDIㆍ미래에셋증권ㆍLG화학ㆍ대우건설ㆍSTXㆍ대림산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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