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저축은행은 2000년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소위 '핫'한 존재였다. 2002년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솔로몬은 한마음(2005년)·나라(2006년)·한진(2007년)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단박에 업계 선두가 됐다.
몸집이 커지자 손도 커졌다. 절정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연 10%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영광은 잠시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급격히 부실화됐다. 건전성은 빠른 속도로 악화됐고 결국 솔로몬은 2012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민금융기관이라 불리는 저축은행이 '대형화'했을 때 '비극'이 일어난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너도나도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업계 대형화가 과거 참사를 되풀이하는 '독'이 될 것인지, 기존 고정관념을 타파해 '약'이 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막강한 자본력을 중심으로 새롭게 저축은행 업계에 입문한 대부업체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관리 감독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모습이다.
◇서민금융기관의 대형화는 '독'=21일 금융계에 따르면 HK·한국투자저축은행이 금융 당국에 계열저축은행(부산HK·예성) 합병 승인 신청을 냈다. SBI·친애·웰컴·OK저축은행도 조만간 계열사(SBI2·3·4, SC, 서일, OK2저축은행) 합병 승인 신청 및 계열 대부업체(하이캐피탈·KJI·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 자산 편입을 진행해 대형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기관의 대형화는 저축은행 본연의 모습과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고객 집안의 밥숟가락 개수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밀착영업 하는 것이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도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근본 원인을 무차별적 몸집 불리기로 보고 자산 규모 5,000억원 이하로 유도하고 고객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하겠다고 지도해왔다.
고객에게도 독이다. 벌써부터 고객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통합되면 예금을 계열은행에 분산했던 고객들은 예금자보호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저축은행 고객 김세홍씨는 "지난해 3월 SBI저축은행 계열사 네 곳에 각각 4,000만원의 예금을 가입했다. 다음달 합병하면 내년 9월까지만 전액 예금자 보호가 되고 이후 1억1,000만원은 안 된다. 은행은 예금주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불안하다. 중도 해지할 생각인데 이렇게 되면 약정금리 4%를 못 받는다. 합병 승인을 해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건전성 담보한 대형화는 효율성 높이는 '약'=업계는 건전성을 담보한 대형화는 인력운영 및 영업 중복 비용을 아낄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저축은행업계는 2013년도 4·4분기(2014년4~6월)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건전성 지표(연체율·NPL비율)도 10%대로 진입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합병을 준비하는 저축은행들은 순익을 꾸준히 올려왔거나 최근 유상증자를 마쳤거나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이다. 곧장 부실이 생길 가능성은 드물다는 말"이라면서 "합병을 통해 계열사 대표, 사외이사, 감사 등 임원들에게 나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중복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당국의 관리 눈길도 과거와 비할 바 아니다.
아울러 대부업체 고객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고객 금리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대부업체 우량 고객을 저축은행 고객으로 전환 유도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를 29.9% 이내에서 운영 등을 금융 당국에 약속한 바 있다. 과거 대부업체 중심이던 대출 TV광고에 SBI·친애·웰컴저축은행 등이 앞다퉈 등장해 고객을 제도권으로 유인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솔로몬 같은 곳은 더 많은 부동산 PF 대출을 취급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했다. 현재의 통합 논의는 같은 잣대로 보면 오히려 PF 대출 같은 위험성 있는 여신을 무리하게 다량 취급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다"면서 대형화의 위험성을 일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