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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농업국가다] <2> 먹는 문화 새로 만들자

올바른 식습관·먹거리 교육이 농식품산업·건강 살린다<br>탄산음료 유해성·규칙적 식사 등 유치원부터 음식교육 강화해야<br>우리 농산물 소비 늘고 시장 커져<br>성인병 예방으로 의료비도 절감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1.8% 수준이지만 오는 2020년 15.7%, 2030년 24.3%, 2040년에는 32.3%까지 뛰어오른다. 2040년에는 전체 인구 3명 중 1명은 노인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의료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민 1인당 평생 의료비는 1억원 수준인데 고령화가 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재정이나 민간보험만으로는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먹는 문화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뇨나 고혈압을 비롯한 성인병은 주로 평소의 식습관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농식품의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건강식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농산물 소비 늘리고 의료비도 줄여=선진국들은 어려서부터 과일과 채소를 먹는 방법에 익숙해지고 본인에게 알맞은 음식을 찾는 것을 가르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장 제대로 된 식습관은 농산물 소비를 늘린다. '과일ㆍ채소 등 먹거리 개념확립→우리 농산물 소비확대→농식품 산업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건강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질병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데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의료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윤동진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관은 "유럽 국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질병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대로 잘 먹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과일 같은 먹거리를 싸와 먹는 간식시간을 보장한다"고 소개했다.

올바른 식습관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건강보장 재원확보를 위한 건강위험 요인 부담금 부과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비만과 음주ㆍ흡연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6조6,000억원에 달한다. 2007년에 비해 43.7%나 늘었다. 이 중 비만에 의한 지출이 40.2%로 우리나라의 먹는 문화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먹는 교육은 부실=그런데도 먹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만 3~4세 유치원 교육과정을 보면 먹는 분야는 '바른 식생활 하기'에 나와 있다. 구체적으로 든 네 가지 목표는 ▦음식물의 필요성을 알고 골고루 먹는다 ▦몸에 필요한 음식을 적당한 양으로 골고루 먹는다 ▦음식을 소중히 여긴다 ▦음식을 바른 자세로 즐겁게 먹는다 등이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 항목은 겹치고 나머지도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세 누리과정도 큰 차이가 없다. 3~4세 교육과정 목표 네 가지 중 세 가지는 그대로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만 달라진다. 규칙적인 식습관과 아침먹기 같은 내용은 찾아보기 힘든데 이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서도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한 6대 영양소 공급 ▦과일과 채소ㆍ우유 같은 건강간식 선택 ▦달걀과 감자ㆍ단호박 먹는 것을 가르치는 내용으로 정했지만 정작 서구화된 식습관에 대한 문제는 없다. 실제 학습현장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피자나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이나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를 다룬 부분이 없다. 균형 잡힌 식생활에 이런 부분이 담긴다고 할 수도 있지만 현실과는 차이가 많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급식 같은 먹는 현장에서의 교육도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게 현실이다. 아이들이 질서 있게 먹는 것을 지도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의 급식에서도 지방이 많은 소고기를 쓰는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품질이 좋은 1등급 고기를 학교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1등급은 지방이 많아 비만의 원인이 된다. 경기도는 도 차원에서 학교급식에 1등급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매년 60억~70억원을 보조한다. 좋은 고기를 먹인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의 비만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 열 수 있어=식습관이 바뀌면 건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을 간단하게라도 먹는 문화가 확실히 보급되면 즉석식품이나 과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농식품부가 정육점에 수제 소시지와 햄을 만들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지방 부위인 삼겹살 소비를 줄이고 저지방ㆍ고단백인 소시지와 햄을 먹는 문화가 퍼지면 소시지와 햄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발 나아가 식습관뿐 아니라 농업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면 산업화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 유럽에서 화훼산업이 번성하는 것은 꽃을 선물하는 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네덜란드가 화훼 분야에서 탁월한 것은 꽃에 대한 문화가 유럽에 정립돼 있기 때문"이라며 "농업에 대한 문화가 만들어지면 산업화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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