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는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약 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나가는 예금 가지급금으로 4조원이 들고 이후 보험금 지급, 저축은행 계약이전시 순자산 부족분을 메워주는 데 또 2조원가량이 필요하다. 현재 예보가 은행권과 설정해둔 크레디트 라인의 여유분은 약 10조원. 일단 이번 구조조정 재원으로는 충분한 수준이다.
문제는 예보가 지난해 이미 삼화ㆍ부산ㆍ대전ㆍ토마토ㆍ제일 등 16개 저축은행에 대한 1ㆍ2차 구조조정에 15조7,000억원을 투입했다는 점이다. 예보는 이를 위해 ▦다른 금융권 계정에서의 차입 1조8,000억원 ▦시중은행으로부터 차입 4조6,000억원 ▦예보채권 발행 8조9,000억원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렇게 되자 예보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15조원 규모로 조성했던 특별계정 지금도 바닥났다. 저축은행 특별계정은 2026년까지 15년 동안 금융회사의 예금보험료를 매년 적립한다는 가정에 따라 빌린 돈이다. 즉 예보에 들어올 돈을 미리 예상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쓴 뒤 나중에 들어오는 돈으로 조금씩 빚을 갚기로 했는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 자금이 일찌감치 고갈된 것이다.
예보는 특별계정 부족분을 조달하기 위해 특별계정 운용기한을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지난 18대 국회에서 개정 법안을 통과시키기 못했다. 이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경우 5조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예보 관계자는 "뚜렷한 상환계획 없이 은행 돈을 계속 끌어다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으로 예보금 지급에는 차질이 업겠지만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돈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특별계정 기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보의 자금회수도 쉽지 않다. 예보가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금융지주에 매각했지만 이후 추가 부실이 발견되며 금융지주가 적지 않은 손해보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보유했던 자산매각이 시장 상황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는 점 또한 예보에는 부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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