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이종규 국세심판원장(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이 15일 사퇴했다. 이 원장은 비(非)고시 출신으로 까다로운 재무관료들의 기수 문화에 도전, 1급인 세제실장까지 지내 재경부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이날 재경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급 직원으로 들어와 세제실장까지 한 만큼 행복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39년4개월 만에 공직을 떠나는 이 원장은 지난 65년 10월 충남 홍성고를 졸업한 뒤 9급 시험을 통해 인천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재경부에서는 처음으로 9급에서 1급 공무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74년 재무부 세제부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매일 오전4시에 일어나 공부를 한 성실파다. 세제실장을 역임했던 2003∼2004년에는 청와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와 함께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고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등의 기조를 잡았다. 그러나 비고시 출신인 탓에 견제도 적지않았다. 일부 고시 출신 간부들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소 소극적인 업무 스타일에 비판적 시각도 있었지만 김진표 교육부총리 등 역대 세제실장들이 대부분 잘 풀렸던 점을 감안하면 세제실장에서 사실상 ‘강등’으로 인식되는 심판원장으로 옮길 때에 이런 환경들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 원장은 “그동안 일을 열심히 하느라 머리가 너무 빠졌다”면서 “그만두고 나면 시간이 많은데 좀 놀면서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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