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다 '불의 검' 막올려…탄탄한 줄거리 불구 완성미 다소 미흡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바람 어디로 부는가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언약 맺은 그 날 헤어져 오늘도 꿈을 꾼다.” 기억을 잃어버린 아무르족 수장 가라한(임태경)이 감옥에 갇혀 그를 구해준 대장장이의 딸 아사(이소정)를 그리워하며 ‘그대도 살아주오’를 애절하게 부른다. 두 사람은 치열한 전투와 역경을 딛고 살아 남아 마침내 부둥켜 안는다. 기원전 13~12세기 고대,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동북부 아시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창작 뮤지컬 ‘불의 검’이 막을 올렸다. 작품은 아무르족의 수장 가라한과 대장장이의 딸 아사 그리고 아무르족과 적대적인 관계인 키르마키족의 귀족 수하이바토르(서범석) 세사람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씨줄 삼아 당시 하이테크 기술인 강철검의 비법을 둘러싼 암투와 부족간의 갈등을 날줄로 엮었다. 동명의 순정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북만주 길림과 한반도 북부를 포함한 요녕지역에서 벌어진 청동기시대의 스펙터클한 전투와 사랑이야기의 원작을 무대에 맞게 압축하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만화를 읽지 않은 사람이 봐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또 아무르족과 키르마키족 간의 검투장면 등 화려한 액션이 돋보였다. 하지만 대작 뮤지컬로서의 완성미는 다소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무대의 빈곳이 너무 크게 느껴져 무대에 선 배우들이 작아보였으며, 무대전환이 느려 긴박하게 흘러야 할 줄거리가 느슨해져 버렸다. 연기부족도 지적됐다. 뮤지컬 첫 무대인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은 수문장 가라한과 기억상실증의 아사역을 맡아 혼신의 힘을 다 했다. 하지만 기억을 잃은 채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 연기에서는 부드러운 동작과 미성의 목소리가 돋보였으나, 한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젊은 전사로서의 카리스마는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거대한 자신의 왕국을 꿈꾼 키르마키의 여사제 카라역을 맡은 진복자와 아사를 사랑하게 된 적장 수하이바토르역의 서범석의 연기가 더 돋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0월 23일까지(02)333-4693 입력시간 : 2005/09/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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