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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디자인 업체 "상생 외면" 공분 터트려

조 단위 매출 제일기획, 2억짜리 디자인 조달까지 채가자<br>"디자인 분야도 영세업체 보호장치 마련해야"


평창 엠블럼·로고 입찰서 규모 앞선 제일기획 선정… 중기는 부적격 판정 받아
"소규모 디자인 영역까지 대기업이 싹쓸이 하나" 업계 항의성 공문 반발


조 단위 매출의 대기업 제일기획이 고작 2억여원짜리 디자인 조달까지 채가면서 영세디자인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디자인산업이 중소기업 보호업종에서 벗어나 있는 사각지대인데다 법적으로도 거대기업의 영역 침범을 막을 방도가 없어 대다수의 디자인전문 업체들은 동반성장을 외면하는 제일기획의 횡포에 대해'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6일 디자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발주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엠블렘 및 로고 개발 용역'입찰경쟁에서 제일기획이 최종 우선 협상권자로 선정됐다. 중소 디자인회사인 A사와 B사도 함께 입찰에 참여했으나 협상 부적격자 판정을 받았다. 이번 입찰은 지난 6월7일 공고가 된 것으로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관련 첫 공공입찰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업계에서는 공룡기업인 제일기획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올림픽 엠블렘ㆍ로고 입찰까지 가로챘다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국내외 행사 엠블렘ㆍ로고 입찰을 비롯해 10억원 미만 프로젝트는 업계 관례상 오랫동안 소규모 디자인전문기업들만의 경쟁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 입장에서도 엠블렘 제작사업 진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사정은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이번 런던올림픽의 경우도 '울버린'이라는 현지 디자인전문회사가 엠블렘 제작을 담당했다.

게다가 추정금액 기준으로 2억7,272만원인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7,582억원의 매출을 올린 제일기획에는 푼돈일지 몰라도 평균 연매출 6억1,529만원(2009년 기준)의 디자인전문업체들에게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제행사 엠블렘 제작 경험이 없는 제일기획은 이번 프로젝트 입찰을 따내도 다시 국내 소규모 업체와 손을 잡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수익이 분산될 게 뻔해 영세업체들은 이래저래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입찰에서는 제일기획이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대다수 디자인전문기업이 애시당초 입찰을 포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나마 20여명의 직원과 20억원 규모의 매출로 업계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전문 디자인업체인 A사와 B사만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찰 참여를 결정했다. 이들은 제일기획과 달리 인천아시안게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 등 이미 굵직한 국제대회 엠블렘ㆍ로고를 수주ㆍ제작한 경험이 있는 업체들로 실력 면에서는 자신있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인력 규모, 신용평가, 실적 등 객관적 지표 앞에서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제일기획과는 경쟁이 될 수 없었다. A사 대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2억7,000만원이면 영세업체들에게 1년에 한두 건 나올까 말까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기획력 등 실력면에서는 밀릴 게 없었는데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협상 대상자에도 오르지 못하니 실망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B사 대표도 "제일기획이 다른 종합광고회사와 경쟁할 만한 사업을 추진해야지 왜 기업윤리를 저버리고 영세 디자인전문회사 시장까지 침범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종합광고회사들이 규모를 앞세워 앞으로 디자인전문회사 영역까지 싹쓸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디자인기업협회도 이번 일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달 25일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등에 즉각 항의성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런 대답도 없는 상태다. 한국디자인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결과를 되돌리자는 취지가 아니라 앞으로 같은 일의 반복을 예방하고자 영세 업체들의 입장을 전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나 대기업들이 최소한 도의적인 상생의지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일기획 측은 이에 대해 "고작 2억7,000만원이 탐났다면 그 전에는 국내외 행사 엠블렘 제작사업을 왜 안 했겠냐"고 반문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제일기획의 한 관계자는 "엠블렘 입찰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엠블렘을 수주해야 앞으로의 전체 올림픽 홍보 전략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라며 "제일기획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단계부터 조직위와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국가적 행사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사명감이 높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영세 디자인업계의 반발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며 "어차피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엠블렘 제작 경험이 없으니 한국디자인기업협회에서 추천하는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겠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건을 계기로 디자인서비스산업도 영세기업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자인산업은 아직 어떤 분야도 중소기업청에서 지정하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지난달부터 접수를 개시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서비스업 중기 적합업종 관련해서도 아직 논의조차 않은 상황이다. 디자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자인업종도 중소기업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끝내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디자인전문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대기업 침범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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