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인터넷 하면 '망 중심'으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릅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의 최대 화두인 사물인터넷(IoT)은 다양한 인터넷 역량이 종합되어야 꽃 을 피울 수 있는 기술입니다"
백기승(57·사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국내 인터넷의 패러다임은 '통합'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인터넷이 '초고속망'으로 대표되는 망 산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와 요소가 합쳐지는 형태가 미래 인터넷의 방향성이라는 의미다.
백 원장은 그 예로 사물인터넷을 들었다. 그는 "인터넷의 경쟁력은 한 군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며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정보보호 등을 모두 융합할 수 있는 모습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원장은 이 같은 미래 인터넷을 위해 인터넷진흥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인터넷진흥원은 '인터넷 정보보호 진흥기관'으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며 "현재도 명칭에는 '진흥'이 있지만 실제로 진흥의 기능은 위축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동안 인터넷진흥원이 개인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대응, 정보보호와 관련된 조치 등의 중요한 기능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산업 진흥'에도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끌 고민을 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인터넷 보안 불감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백 원장은 "여건이 안 되는 기업들의 정보보호나 침해 대응·대책 수립을 돕는 것은 인터넷진흥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업자가 정보보호에 들이는 기본적인 비용이 바탕이 된 이후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중 80%가 정보보호 관련 지출이 사실상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인터넷 윤리에 대한 의견 역시 내놓았다.
백 원장은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는데, 터치 몇 번이면 음란물에 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는 청소년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인터넷 환경을 망쳐놨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윤리 교육에 대해 그는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 때 인터넷 윤리 교육을 포함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인터넷 윤리를 교육의 일환으로 보는 인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는 한국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그의 지적. 이런 가운데 그는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해 '인터넷과 인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을 가장 인상 깊은 대목으로 꼽았다.
백 원장은 "고조선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을 강조한 부산선언문이 채택되고, 인터넷과 인간을 둔 고민이 ITU에서 다뤄졌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며 "인본주의적 인터넷 이용에 관한 논의가 꼭 수반돼야 인터넷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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