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위기 완화 조짐이 국내 증시에 봄바람을 불어넣었다. 올 들어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지수가 2일 1,740포인트 돌파에 성공했다. 올 들어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최근 ‘바이 코리아’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ITㆍ자동차ㆍ금융주들이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승장에 대비해 저가매수에 나서라”는 주문과 “실물경기 위축 등 돌발변수가 산재해 대세상승으로 규정하기는 이르다”는 경고가 엇갈리고 있다. ◇지수 박스권 탈출…상승 기대감 고조=이날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졌던 1,740포인트를 뚫었다. 미국의 신용경색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수를 끌어올린 것. 또 코스피지수의 경우 지난 1일 최근의 주가 상승률이 지난 2개월간의 하락세보다 높아 추가적인 상승을 예고하는 ‘골든 크로스(golden cross)’가 나타나 추가 상승이 예고됐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지수상승은 단순한 ‘안도 랠리’가 아닌 추세적인 장기상승의 초반 국면으로 봐야 한다”며 저가매수를 권유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지수가 1,800선까지 이르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추가 상승에 무게를 보탰다. 최근의 상승장은 외국인들이 이끌고 있다. 외국인들은 3월19일부터 11거래일 동안 이틀을 제외하고는 순매수에 나서며 1조8,00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3월 중순 이전까지 안전자산 선호현상 속에 무차별적인 ‘투매’에 나섰던 것과는 딴판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수급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라고 말했다. ◇ITㆍ차ㆍ금융주 주도주로 부상=최근 상승장에서 빛을 내는 업종은 전기전자와 자동차ㆍ금융주다. 지난해 조선ㆍ기계ㆍ철강 등 중국주에 억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못난이 3인방’이 ‘상승장 트로이카’로 변신한 것. 삼성전자 등 IT주는 최근 환율상승과 반도체 및 LCD 업황개선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상승세의 최선봉에 섰다. 현대차 등 자동차주 역시 판매호조에 힘입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금융주들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 감소와 국내 금산분리 완화 호재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이날 국민은행ㆍ기업은행ㆍ우리금융 등은 10% 안팎 급등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Tㆍ차ㆍ금융주 등 기존의 소외주들이 최근 상승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당분간 이 업종들의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글로벌IB 실적 등 곳곳 변수도=연일 시황판이 빨갛게 물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증시가 미국발 신용위기로 내상(內傷)을 깊게 입어 지난해처럼 가파른 상승탄력을 보여주기 힘들 뿐더러 미국 경제의 ‘지뢰’도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달 중순부터 발표될 미국의 글로벌IB들의 실적에 따라 증시는 얼마든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또 비록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가 진정됐다고 해도 실물경기까지 파장이 확산된 이상 각종 경제지표들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곧바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증시 주변에는 아직도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국내 경기 불안감 등이 상존한다”며 “지수의 추가 상승폭이 일부에서 얘기하는 가파른 상승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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