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적립식펀드 잔액은 올들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거치식은 2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증권시장에 조정국면이 본격화되자 매달 일정액을 납입하는 적립식은 중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소액투자자가 많아 환매요구가 크지 않았지만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형은 전문투자자들이 주류를 이뤄 조정을 의식한 환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본지가 집계한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ㆍ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주식형펀드 잔액은 5월 말에 17조4,200억원으로 4월 말보다 8,522억원(5.1%) 증가했다. 은행권 주식형펀드 가운데 적립식펀드는 올들어 5개월째 증가 행진을 이어갔다. 적립식 펀드는 1월 2조7,512억원이 증가했으며 2월과 3월 각각 6,288억원, 6,575억원의 증가세를 보인 후 4월 564억원, 5월에 9,685억원 늘어났다. 5월 말 현재 적립식펀드 잔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5조624억원(63.0%) 늘어난 13조1,363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거치식펀드는 2개월째 자금이탈이 이어졌다. 3월 1조834억원이 증가했던 거치식펀드는 4월에 1,513억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5월에도 1,163억원이 감소했다. 하지만 5월 말 현재 거치식펀드 잔액은 4조2,837억원에 달해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19.0% 늘어났다. 이에 따라 6개 은행 주식형펀드에서 차지하는 적립식펀드 비중은 3월 72.6%에서 5월에는 75.4%로 높아졌다. 박지우 국민은행 투신상품부장은 “거치식은 주가가 많이 오르면 환매가 늘어나고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다시 유입되는 등 단기적인 주식시장 흐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거치식의 경우 가입시에 환매수수료를 포함해 수수료를 미리 떼는 선취형이 많은 것도 중도 환매에 대비한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적립식은 장기 투자자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일시적인 투자 움직임에는 둔감하며 주가가 떨어질 때 오히려 자금유입 규모가 더 큰 특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의 전체 주식형펀드 잔액은 4월에 2,620억원 감소했지만 5월에는 4,144억원이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4월 338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지만 5월 들어 3,882억원어치를 새로 유치했다. 하나ㆍ외환ㆍSC제일은행도 국민ㆍ신한은행과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4월에 2,560억원어치가 순유입된 반면 5월 들어 1,95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적립식펀드 판매가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SC제일은행으로 5월 말 현재 4,771억원을 판매해 지난해 말에 비해 196.1%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95.3%, 93.9%의 증가율로 뒤를 이었다. 신성호 동부증권 상무는 “저금리에 따라 고객들의 기대수익을 맞춰줄 수 있는 상품이 줄어들고 적립식펀드가 주류인 주식형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현재 시장상황이 나빠도 중장기적으로는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 5월에도 자금유입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적립식펀드와 거치식펀드=적립식펀드는 정기적금처럼 일정시기마다 일정금액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운용수익에 따라 수익금이 결정되므로 목돈 없이 투자할 수 있고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치식펀드는 한번에 목돈을 투자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환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며 투자위험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기대수익률도 높은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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