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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스마트폰을 가지고 화장실을 가던 직장인 최성식(37·가명)씨는 최근 아침에 변을 보다 항문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평소 변비에 시달렸던 최씨의 딱딱해진 변이 항문 인근의 혈관을 손상시킨 것.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고 극심한 통증을 느끼자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진 최씨는 인근 병원을 찾아 치질 치료를 받고 있다.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으로 항문 주변의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치질 환자가 늘어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치질 환자 통계에 따르면 12월부터 2월까지 발생한 치질 환자 수가 가을철인 9월에서 11월까지 환자 수보다 50%가량 많다.
더욱이 최근에는 화장실에서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보는 이들이 많아져 장시간 앉아 있게 되면 치질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연말·연초 송년회와 신년회 등의 술자리가 많아지고 추운 날씨로 항문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치질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데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면 습관적으로 배변 시간이 길어져 겨울철 치질을 부르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생각보다 장시간 같은 자세가 유지된다. 이렇게 되면 상복부의 압력이 항문 부위에 전달되면서 항문 주변 모세혈관에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게 돼 치질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치질의 일종인 치핵은 항문 안쪽 혈관이 늘어나 혈관을 덮고 있는 점막이 빠져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그 가운데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혈전성 치핵은 겨울철 추운 환경에 항문이 장시간 노출될 때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정맥의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항문 부근에 아픔이 있고 배변 시 출혈을 동반하며 방치하면 나중에 자리에 앉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치질의 주요 발병요인으로는 과로와 스트레스, 과음 등이 있다.
민 원장은 "특히 추운 날씨에 술을 많이 마시면 정맥이 갑자기 확장되면서 혈관에 피가 몰려 혈액 찌꺼기가 뭉치는 혈전이 생기고 그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말려 나오는 급성 혈전성 치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술자리에서 자주 먹는 안주도 치질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맵고 기름지고 짠 고콜레스테롤 음식은 소화가 잘되지 않아 변비와 설사를 유발하고 항문을 자극해 치질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혈전성 치핵이 작을 때는 배변에 지장이 없지만 추운 날씨로 딱딱하게 굳거나 커지면 말할 수 없는 통증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치질이 생겨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같은 부위에 자주 재발하는 경우 조기에 전문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민 원장은 "항문에 출혈이 있거나 항문 주변에 돌기가 만져진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치질은 한 번 발생하면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에 발생하는 치질은 재발률이 더욱 높기 때문에 치질 수술 후에는 항문 주변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치질은 증상에 따라 4기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배변 시 피가 묻어나는 증상이 시작되는 단계며 배변 시 혹 같은 치핵이 느껴지다가 저절로 항문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반복되는 상태가 2기이다.
보통 1·2기 단계에서는 식이요법과 변 완화제 사용, 좌욕 등 배변습관을 교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2기보다 치핵이 더 밀려 나와 인위적으로 치핵을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인 3기나, 치핵을 손으로 넣어도 다시 나오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4기가 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적 치료는 칼이나 레이저로 치핵 덩어리를 잘라내는 방법으로 수술적 치료가 재발률이 가장 낮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자동 지혈기를 이용한 수술은 출혈과 통증은 적고 회복이 빨라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치질 조짐이 보인다면 당분간 금주하면서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고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채소와 과일 등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술자리에 참석해야 할 경우에는 가급적 공복에 마시는 것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변기에 10분 이상 앉지 않는 등의 올바른 배변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실에 스마트폰이나 신문을 가급적 들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배에 과도한 힘을 주거나 장시간 앉아 있기보다는 빨리 나와 다음 기회를 엿봐야 한다.
가급적 차가운 장소와 딱딱한 의자를 피하고 하루에 5~10분 정도는 온수 좌욕을 해서 항문 주위의 청결 상태를 유지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급성 혈전성 치핵도 예방할 수 있다. 온수 좌욕 시에는 샤워기를 쓰기보다는 대야 등에 항문을 일정 시간 담그는 방식이 치질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다.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은 수시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줘야 하며 항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온열 방석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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