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파워가 전세계 자원시장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자원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의 힘은 자원시장 곳곳에서 나타난다. 중국은 공급자가 자원 가격을 결정하는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에서 수요자로서의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원수입국이라는 수요 우위를 바탕으로 자원공급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철광석 업계의 경우 과거 수십년 동안 일본 제철업계가 가격협상을 주도해왔지만 중국으로 바통을 넘긴 지 오래다. 중국은 지난 2월 호주 광산업체와 벌인 철광석 가격 협상에서 가격인상 요구를 거부했다. 호주 업체들이 장기계약을 포기할 의사를 비치자 감독 당국까지 나서 호주산 철광석 수입 승인을 보류하는 등 막판까지 초강수를 두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중국의 폭발적인 자원수요는 업계의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중국의 급증하는 자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신규 광산 개발 및 투자가 증가하는가 하면 업계의 인수합병(M&A)도 일어나고 있다. 호주의 아연업체 옥시아나와 지니펙스는 3월 합병 직후 “중국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합병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광산업계 최대 규모의 M&A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호주의 광산 메이저 회사들로 세계 2위와 3위 철강업체인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M&A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알루미늄은 1월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인 미국 알코아와 손잡고 리오틴토의 지분 9%를 인수했다. 이어 9일에는 중국알루미늄과 바오산철강이 BHP빌리턴의 지분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업체가 리오틴토에 이어 BHP빌리턴 지분까지 인수하면 현재 진행 중인 두 회사의 합병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업계에서의 위상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원시장에서 중국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브라질 발레사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가 탄생한다. 이는 소수의 철강 메이저가 가격협상권을 쥐고 흔드는 철강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훨씬 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자원 업계의 M&A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두자릿수에 이르는 경제성장률과 이에 따른 자원 수요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IEA)에 따르면 중국의 유연탄 소비량은 2006년 말 현재 전세계 소비량의 43.7%에 달한다. 2000년 21.2%, 2003년 37.3%에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알루미늄과 아연 소비량 역시 2000년 14.0%, 15.8%에서 2006년에는 25.4%, 28.7%로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현재 추세를 유지할 경우 원유 소비량은 오는 2010년 4억900만톤에서 2020년 6억5,3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광석 소비량 역시 2010년 3억4,200만톤에서 2020년에는 4억3,4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급증하는 자원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자원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자원외교의 특징은 정부의 전폭적인 외교적 지원 아래 국영기업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협상 채널을 뚫어주면 국영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안정적인 자원 루트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국영기업이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뒤에서 자금력을 뒷받침하는 투톱 시스템인 셈이다. 국영기업들은 현지회사의 지분인수 및 투자를 통해 채굴된 자원을 자국으로 수출한다. 이달에도 중국 전력회사인 광둥위더안그룹이 호주 화이트헤이븐 광산 지분 7.5%를 인수했다. 유전ㆍ광산 및 생산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함이다. 중국의 자원 탐식증은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아프리카부터 중동ㆍ남미까지 중국의 손과 발이 닿지 않은 지역과 국가가 없을 정도다. 중국은 특히 아프리카 진출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중국은 2006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자원외교의 기반을 구축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중국ㆍ아프리카 개발 포럼’을 열고 개발기금과 특혜차관ㆍ무상원조 등 총 90억달러를 지원했다. 이 덕분에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규모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은 과거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던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의 교역국이 됐다. BHP빌리턴의 마리우스 클로퍼스 최고경영자(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리오틴토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중국 등의 수요 급증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자원개발 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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