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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대우증권 김창희사장] `최초'수식어 양산한 업계 맏형

흰머리에 장난기를 풍기는 눈매. 대우증권 김창희(62)사장은 목욕탕에서 마주치는 동네 아저씨같은 털털한 인상이지만 한국 증권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그는 37년간의 직장생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년동안이나 「사장」을 하고 있다. 직업이 사장(?)인 셈이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이처럼 오랫동안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항간에서는 金사장이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경기고 및 연세대 경제학과 동기동창이기 대문이 아니냐고도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대우증권에는 증권업계 1위, 증권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국내 최초의 컨트리펀드인 「코리아펀드」 설립, 업계 첫 도쿄 및 뉴욕에 해외사무소와 유럽 현지법인 설립, 국내 처음으로 민간연구소인 대우경제연구소 및 투자자문회사 설립, 국내 최초 해외 은행업 진출 등…. 대우증권의 역사는 곧 한국 증시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처럼 대우증권이 오늘날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최고 증권사의 자리에 있게 한 주역이 바로 37년간이나 증권 외길만을 걸어 온 金사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기간동안 흔들림없이 증권업계를 이끌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자본시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우증권은 그룹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金사장의 장수 비결에는 이같은 「실력」이 깔려 있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그의 좌우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조직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꺼지지 않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스트레스는 사고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주인의식을 가지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마음가짐에 따라 조직내 성장이 사람에 따라 5년이 다르고 10년이 다르다』는 말에서도 그의 직업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62년 대한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증권거래소와 증권감독원 전신인 한국투자개발공사, 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을 두루 거쳐 73년 대우그룹이 동양증권(대우증권 전신)을 인수할 때 업무부장으로 김우중사단에 합류했다. 83년엔 삼보증권 인수의 실무주역으로 일했고 다음해 대우증권 사장으로 발탁됐다. 金사장은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에 계수에 밝고 증권에 관한 한 모든 업무에 훤하다. 부서장들이 결재를 받다가 그의 정확한 지적에 깜짝깜짝 놀라는 일도 많다. 금융시장의 흐름을 보는 눈도 남들보다 앞선다. 한달이 멀다하고 해외에 나가 선진 금융시장을 둘러보는 등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증권업계의 맏형답게 과묵, 신중하고 보수적이면서 끊고 맺음이 분명한 보스기질을 갖고 있다. 金사장의 별명은 「핏대」다. 가끔씩 부하직원들을 혹독하게 질책을 하기 때문이다. 한번 호통을 칠 때면 눈물이 찔끔나도록 호되게 몰아세운다. 그러나 뒷끝이 없다. 이에 반해 사석에서는 인정 많은 옆집 아저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직원들의 어떠한 이야기도 경청하며 애로사항은 바로 해결해주기도 한다. 특히 직원들의 경조사를 잘 챙기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상가에서는 밤을 새며 직원들과 함께 하는 인간미가 있다. 金사장은 유난히 직원들의 인화를 강조한다. 『사람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힘이 집중되느냐, 분산되느냐에 따라 경영성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1년에 한 차례씩은 반드시 전국의 100여개 지점을 순회하며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 98년말에는 IMF(국제통화기금)로 저하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 「직원 기(氣)살리기 사장과의 대화」를 갖기도 했다. 金사장은 임원회의 등 각종 회의 때는 자기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낸다. 하지만 한번 결정된 일은 중단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저돌적인 추진력을 갖고 있다. 金사장이 증권업계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두가지 일이 있다. 바로 증권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약정경쟁 중단 선언과 임직원 윤리강령 제정이다. 93년 8월 『약정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증권회사는 고객들이 주식을 자주 사고 팔수록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증권사 직원들이 불필요하게 잦은 주식매매를 유도,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약정경쟁 중단으로 대우증권은 위탁수수료 부문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대가를 치뤄야 했다. 약정경쟁을 지양키로 한 것은 증권시장이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질적 비약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지만 자신의 경험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영업사원 시절 친구 결혼자금을 가져다 깡통을 만든 적이 있다. 이 후유증으로 장가를 늦게 갔다』고 말했다. 약정경쟁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5만원이상의 선물·향응이나 일체의 사례금 요구 또는 수수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임직원 윤리강령」을 선언,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금융기관은 무엇보다 높은 도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 『고객은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이자 이유』라는 그의 설명이다. /문병언 기자 MOONB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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