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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3차 빅뱅] ‘새틀짜기’ 官서 민간주도 대전환
입력2004-01-06 00:00:00
수정
2004.01.06 00:00:00
성화용 기자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6년에 걸쳐 정부가 주도해온 `금융빅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른바 3차 빅뱅으로 우리금융지주사 등 정부소유 금융사들이 올해 민간으로 대거 넘어가 관(官)주도형 구조조정이 사실상 일단락되는 것이다. 또 한미ㆍ제일 등 이미 외국자본에 넘어간 은행들이 다시 새 주인을 찾는 등 금융산업이 또 한차례 `새판`을 짜기 시작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들의 공격적인 국내진출과 맞물려 그동안 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 있던 증권ㆍ투신업계도 지각변동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98년 6월 5개 은행의 퇴출과 함께 시작된 `1차 빅뱅`
▲은행 합병과 금융지주사를 통해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진행된 `2차 빅뱅`에 이어
▲민영화와 외국자본의 공세로 요약되는 `3차 빅뱅`이 금융산업의 개편을 또 한차례 촉발할 전망이다. 다만 가계부실과 신용카드 위기 등으로 시장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금융의 공적(公的)기능이 극도로 취약해지는 등 경제 전반이 `빅뱅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않다.
◇정부주도 구조조정 일단락=금융계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구조조정`과 `퇴출`의 곡절을 겪었다. 97년 말 33개(국책ㆍ특수은행 포함)이던 은행 가운데 14개가 퇴출 또는 합병으로 간판을 내렸고 한때 2,000개가 넘던 금융회사 수도 지난해 6월 말에는 1,362개까지 줄어들었다. 이러한 `솎아내기` 작업을 주도해온 정부는 지난해 조흥은행과 현대투신을 신한금융지주사와 푸르덴셜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 우리금융과 한ㆍ대투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섬으로써 사실상 금융구조조정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1ㆍ2차 빅뱅에서 공적자금을 넣어 관리하게 된 금융회사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 금융산업의 주도권은 `민간`으로 넘어가게 된다.
◇금융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올해 본격화할 `3차 빅뱅`은 단순히 `정부소유 금융회사의 민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변수들이 맞물려 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우선 우리금융지주사가 `외국자본`을 새 주인으로 맞을 경우 `외국계 은행`의 점유율은 50%에 근접해 국내ㆍ외국은행의 대등한 경쟁구도로 바뀐다. 여기에 한미(대주주 칼라일펀드)ㆍ제일은행(뉴브리지캐피털)이 `펀드`의 손을 떠나 미국이나 유럽의 상업은행(commercial bank)에 매각될 경우 이들의 시장지배력은 단숨에 국내은행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또 그동안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 있던 증권ㆍ투신업계가 올해는 변화의 핵으로 부상한다. 업계 리더 격인 한ㆍ대투의 매각 자체가 시장흐름을 좌우할 변수일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법 시행에 맞춰 국내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메릴린치ㆍ피델리티 등 `글로벌 하우스(세계를 무대로 영업하는 회사)`들과의 경쟁은 증권ㆍ투신업계 전반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70여개의 증권ㆍ투신사 가운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절반 정도는 합병ㆍ퇴출 등으로 정리되거나 라이선스를 반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올해부터 이합집산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빈사상태에 빠진 신용카드ㆍ할부금융회사 역시 자본력이 막강한 외국자본과 일부 통신업체의 잇단 구애(求愛)로 주인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영위기에 빠진 저축은행들은 이미 7~8개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실정이다.
◇위기의 금융시장… `빅뱅 증후군` 우려=문제는 국내 금융시장이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360만여명의 신용불량자와 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언제 어떤 형태의 금융위기를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태에서 금융시장의 `새 틀 짜기`가 급속도로 진행되면 예기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LG카드에 이어 또 다른 금융회사에서 `제2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 다시 이를 수습할 정책적 역량이 발휘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외국자본의 입김이 거세질수록 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고 금융의 공적기능도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또 M&A가 잇따르는 과정에서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매달리거나 책임회피에 급급해 모두가 제 살길 찾기에 골몰하는 이른바 `빅뱅 후유증`이 만연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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