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극단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6월쯤 배럴당 20달러선도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필자 역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장기적인 하향안정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절대적인 가격수준을 전망할 때 너무 극단적으로 쏠리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8년 상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의 상황을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다.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상승하자 골드만삭스는 200달러를 넘어서는 고유가 시대가 열릴 것이라 했고 극단적으로 전망하는 곳에서는 30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전망으로부터 6개월 후 유가는 4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경험이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극단적인 유가 전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이러한 유가에 대한 극단적 전망의 반대편에서 다른 투자전략을 준비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유가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문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에너지 수요는 꼭 필요한 것이고 원유는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고점 대비 절반 이상 급락한 현시점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전형적으로 합창반대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즉 모두가 하락한다고 할 때는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수준에서 유가를 장기적으로 매수하려 한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첫째는 가격 변수의 추세 관성이 강화되고 극단적 전망이 오가는 상황에서 저점의 수준이나 시기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가 아이디어로 제시하고 싶은 것은 1980년대 초반 2차 오일쇼크 이후 6년 동안 유가가 4분의1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자는 것이다. 이를 대입해보면 유가 조정이 추가적으로 진행된다면 30~35달러 정도가 최대한 하락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둘째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과거 장기 추세를 보면 하향조정 국면에 진입하면 20년 정도 장기간 안정 국면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물론 1986년 급락 후 빠르게 반등하거나, 1991년 걸프전으로 유가가 20달러에서 40달러까지 치솟기는 했지만 이는 매우 일시적이었고 1980년 초반부터 1999년까지 유가는 장기적으로 하향안정 국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현시점에서 유가와 관련해 상승 베팅을 한다면 그 방법론에서 장기투자가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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