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지주사 전환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해왔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수조 원대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금투입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합병 법인이 실질적인 지주사 노릇을 하면서 얼마든지 안정적인 그룹 운영과 승계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두 회사가 합병되면 오너 일가는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 30.4%를 보유하게 되며 특히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1%)을 고리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엘리엇이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그룹 안팎에서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현재의 사업구조로는 외국계 자본의 침투로 그룹운용에 제약을 받는 현상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를 계기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며 "삼성이 지주사 형태로 나아가는 흐름 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시장전문가는 "국내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끊임없는 외국계 자금의 공격을 유발하고 있다"며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함께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 이익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통합 삼성물산에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지주사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중간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키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중간 금융지주사가 허용될 경우 지주사 전환의 핵심 키워드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인 만큼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라는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수조 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지주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 자회사는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지주사 전환 여부를 지금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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