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견인하다시피 했던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인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금리 경쟁 속에서 고객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데다 최근 정부가 가입 요건 등을 완화해 서민주택자금대출 등 낮은 금리 상품을 새롭게 내놓자 고객 외면도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격대출의 경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양도에 따른 취급 은행의 손실이 늘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공사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은행과 손잡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바로 장기고정금리상품인 적격대출의 수요가 급감한 데다 최근 은행의 손실마저 증가하는 데 따른 대책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 매달 2조원 넘게 나가던 적격대출의 공급 실적은 올 들어 꾸준히 줄어 지난 7월에는 416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4월 공급 실적인 1조727억원의 4%에도 못 미치는 비중이다.
주택 경기가 안 좋기도 하지만 또 다른 공사 상품인 보금자리론에 밀린 탓이 컸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적격대출에 비해 0.2%포인트가량 더 싸다. 이 때문에 보금자리론 신규 공급 규모는 올 4월 1조6,818억원, 5월 1조6,660억원에 이어 마지막으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 6월에는 2조2,631억원까지 불었다. 대출 요건이 완화된 최저 2.8% 금리의 서민주택자금대출이 이달 11일부터 선보임에 따라 적격대출의 추락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잘나가던 보금자리론도 흔들릴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올 7월 보금자리론 공급 실적은 1조353억원으로 2월 이후 가장 적었다. 대출 금리가 낮은 상품이 출시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수요가 푹 꺼진 것이다. 공사로서는 적격대출에 이어 보금자리론마저 고객 이탈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사 관계자는 "서민주택자금대출의 경우 연내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만큼 주택 시장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언정 시장을 주도하긴 역부족"이라면서도 "공사 상품의 수요가 많이 줄어든 만큼 TF를 통해 상품 구조 변화 등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공사는 특히 적격대출의 경우 대출 실행 후 유동화하기까지 걸리는 두 달 정도 되는 시간을 줄이고 은행이 다 떠안는 금리 변동 위험을 공사가 일부 지는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적격대출 금리와 이를 기초로 발행하는 조달금리 간 격차가 좁혀지면서 적격대출 양도로 인한 은행들의 손실이 발행하고 있다. 올 7~8월 중 이뤄진 적격대출 양도에 따른 손실액은 150여억원에 이른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박사는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이 그간 너무 많이 팔려 리스크를 키운 측면이 있다"며 "수요가 적을 때 상품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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