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국내 가금류 농가를 휩쓴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 2개월여 만에 포유류인 개에까지 전염되면서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이번 AI 바이러스가 개에까지 전파된 사례가 해외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는지, 추가 감염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AI가 조류에서 포유류로 이종 간에 전염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지만 해외에서는 보고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태국에서 AI에 오염된 오리로부터 개로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례가 발견됐다. 하지만 당시 태국의 AI는 올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H5N8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H5N8형 AI는 지난 1983 아일랜드의 칠면조, 2010년 중국의 오리에서 발생한 경우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대규모로 발병한 적은 없었다.
이번 AI에 감염된 천안 농가의 개에서는 H5형 항체가 발견됐다. H5N8형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가 사육된 천안 농가가 고병원성 H5N8형 AI가 발견된 곳이고 닭 등을 섭취한 적이 있다는 정황을 볼 때 H5N8형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만일 천안 농가의 개가 H5N8형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H5N8형 바이러스가 이종 간 전파된 국내의 첫 사례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가능성이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H5N8형 AI가 개로 전파된 사례가 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AI가 개들 사이에서 전파되거나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류로부터 개로 전파된 경우는 있지만 개 사이에 접촉에 의한 전파는 없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었고 아직까지 H5N8형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도 없다는 점에서다.
천안 농가의 개에서 발견된 것이 항원이 아닌 항체인 점도 전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 항체가 생성됐다는 것은 H5N8형 바이러스가 개에 침투했으나 면역체계에 의해 사멸했다는 뜻이다. 바이러스에 노출은 됐으나 질병이 발생한 감염상태는 아닌 만큼 추가 전염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H5N8형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다른 포유류나 인체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전세계를 강타한 H5N1형, H7N9형 AI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해 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간 만큼 H5N8형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