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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달러에 대비하라] <3> 꿈틀대는 '팍스 시니카'

中, 1조弗 차이나달러 무기… 亞서 美입김 몰아내기 시동<br>美와 과도한 갈등 피하며 위안화 완만한 절상 '실속' <br>역내 대미수출 비중도 급감… 中영향력강화 구상 힘실려


“미국을 완전히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전까지는 미국에 고개를 들지 말라.” 중국 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이 죽기 직전 주변 측근들에게 남긴 유언이다. 15년 뒤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최근 중국이 미국에 ‘고개를 드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1조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차이나 달러(중국이 보유한 달러)’를 무기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딴죽’을 거는 것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달러를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약(弱)달러 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이후 시대’(포스트 달러)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데는 이처럼 ‘팍스 아메리카나’를 넘어서려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야심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이나 달러의 힘=지난달 중순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엔화를 매수해왔다”고 말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일부에서는 저우 총재의 발언이 미국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위안화 절상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고 일종의 ‘시위’에 나섰다는 분석이 대두됐다. 중국의 이 같은 힘자랑은 바로 차이나 달러에서 나온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무려 1조달러. 이 가운데 달러화 자산 비율이 72%에 달한다.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거나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면 미국으로서는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가뜩이나 부진한 경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중국은 ‘느긋’, 미국은 ‘다급’=오는 12~1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ㆍ중간 ‘제1회 전략경제대화’에는 미국 측에서 헨리 폴슨 재무장관,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미국 경제의 실세들이 거의 대부분 참석한다. 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 및 시장 개방압력을 가하기 위해 다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느긋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의도와는 다르게 ‘완만한 위안화 절상’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위안화 절상은 수출 부문의 침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둔화, 실업률 증가 등을 초래하는데다 외부 압력에 굴복하는 고약한 모양새가 되는 것에 중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조사기관들이 예상하는 올해 말 위안화 수준은 달러당 7.7~7.87위안 정도. 지난해 말보다 겨우 2.5~4.8% 절상된 수준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8월 이후 위안화 절상속도가 빨라진 것은 미국의 압력에 대한 성의 표시에 불과하다”며 “중국 내부적으로도 내수 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위안화 절상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동아시아권 중심 ‘팍스 시니카’ 시동=중국은 이처럼 미국과 과도한 정치적 갈등은 피하는 동시에 실속도 차리면서 ‘팍시 시니카’ 구상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팍스 시니카란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로 필연적으로 미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진원지는 중국과 대만ㆍ홍콩 등 중화 경제권을 포함한 아시아권이다. 위안화는 이미 화교권은 물론 러시아ㆍ몽골ㆍ베트남ㆍ키르기스스탄ㆍ북한 등에서 결제통화로 쓰이고 있다. 더구나 동아시아권과 미국간 연결고리가 점차 약화되는 것도 중국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의 역내 수출비중은 중국 비중이 늘면서 같은 기간 32%에서 46%로 급증했다. 반면 대미 수출비중은 86년 33%에서 지난해 19%로 급감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하면 동아시아 국가도 타격을 입겠지만 그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동아시아의 역내 무역 확대나 중국의 경제력 상승 등이 지속되면 미국 경기와 연결고리가 약화되면서 단기적으로 동아시아의 독자적 성장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일부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미국의 입김과 달러화 영향력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통화 바스켓 제도에 달러와 유로는 물론 원과 엔도 집어넣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한국 등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인도와 FTA를 체결하면 미국과 맞먹는 경제권이 형성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위안화의 글로벌화로 동아시아권에서는 기축통화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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