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각별한 관심 속 100여명 별동대 '페이먼트 그룹'
한달여간 해외시장 공략 만전… 28일 개시 전부터 흥행 가능성 입증
2분기 북미판매 1000만대 넘어 500만 가입자 확보, 시장안착 기대
구글 안드로이드페이 곧 출시… 갤럭시엔 동시 탑재, 경쟁 불가피
"삼성페이 베타판의 (테스트 참가 희망) 신청은 응모(response)가 넘쳐서 더 이상 받지 않습니다."(24일 삼성전자 미국판 인터넷홈페이지)
삼성전자가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시한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시범용 체험참가자 모집 단계부터 수 천명 이상 몰리자 감당하지 못해 접수를 조기 중단하는 등 현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시범 테스트에 수천명의 참여자가 참여했지만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국에서 그 이상으로 신청자가 몰렸다면 해외에서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징조"고 평가했다.
삼성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삼성페이를 부르는 일종의 코드네임(암호명)은 'JY페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심이 크다는 점을 빗대 그의 영문 이름에서 따왔다. 특히 사내에 '페이먼트그룹'(Payment group)이라는 별동대를 두고 100여 명에 달하는 기획, 개발 인력 등을 배치해 삼성페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먼트그룹을 지휘하는 이인종 부사장은 토마스 고 상무, 박재연 상무 등과 호흡을 맞추며 최근 한달 여 미국 등 해외시장의 금융사와의 제휴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아직 충분한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2·4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애플에 빼앗겼다"며 "갤럭시폰에 장착한 삼성페이를 미국에서 성공시키게 되면 현지 스마트폰 시장의 정상 탈환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삼성페이가 단기적으로 500만명, 중장기적으로 1,000만명 이상의 미국인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한 임원은 "국내에선 신용카드 신규 브랜드가 안착하려면 1년 내 최소 30만~50만명, 중장기적으로는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미 간 경제규모나 인구 차이를 감안하면 500만~1,000만 명 정도는 확보해야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경우지난해 10월 독자적인 모바일결제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출시했으나 350만여 명(올해 6월말 기준) 정도의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페이의 경우 국내에서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5 구매자중 절반 이상이 삼성페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4분기중 북미지역에서 판매된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은 980만대다. 여기에 패블릿(휴대폰 겸용 태블릿PC)인 갤럭시 노트시리즈까지 합치면 삼성전자의 분기별 북미시장 모바일 단말기 판매 대수는 1,000만대를 넘는다. 이중 절반만 삼성페이를 이용해도 500만명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기존의 자석식 플라스틱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만 갖춘 가맹점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특히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면 삼성페이와 구글페이를 함께 쓸 수 있어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넥서스 기종보다 삼성 기종을 선호할 것으로 삼성 측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삼성페이는 애플페이는 물론 조만간 선보일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와도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안드로이드페이는 미국 통신업체인 AT&T와 T모바일, 버라이즌 등이 판매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된다. 안드로이드를 OS로 사용하는 갤럭시 기종이라면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가 함께 탑재된다. 그렇지만 안드로이드페이는 근거리주파수통신(NFC)용 결제단말기를 갖춘 가맹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페이와 구글페이의 미묘한 동거가 삼성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