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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한잔]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입력2002-05-28 00:00:00
수정
2002.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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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만 해라(Just Survive). 어차피 너의 사업은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살아남으면 성공은 보장된다."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이 사업상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되새기는 말이다.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들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일본에서 사업을 하던 중국 친구가 그에게 보낸 위로의 메시지다.
침체의 늪에 빠진 벤처 경영자들에게 김 사장이 가장 해주고 싶어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벤처가 '제로섬 사회'에 대한 파괴적 창조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남의 것을 뺏어와 돈을 모으는 전통 기업과 달리 끊임없이 새로운 부를 창조하는 존재라는 것. 그의 남다른 벤처 사랑도 이러한 철학에서 비롯됐다.
김 사장은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벤처비리가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한다. "다시 태어나도 벤처를 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도 창업을 하겠다는 후배가 있으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아직 젊어서 많은 기회가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지 않겠는가"
김 사장의 시큐어소프트는 20세기말 국내 벤처열풍의 중심에 있었다.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정보보안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시큐어소프트는 장외 시장에서 액면가의 50배를 넘어서는 '귀족주'로 군림했다.
손정의 펀드 1호 업체로 선정된 2000년초는 시큐어소프트의 황금기였다. '마이더스의 손' 손정의로부터 낙점을 받은 시큐어소프트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워졌다.
너무 급하게 끓인 주전자의 물은 빨리 식는 법. 코스닥의 붕괴와 잇달은 벤처비리는 시큐어소프트에 직격탄을 날렸다. 삼수 끝에 코스닥에 겨우 등록했지만 주가는 바닥을 기었다. 경기침체와 함께 매출도 감소,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신화는 막을 내린듯 듯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국제적 사업가가 되겠다'던 사업 초기의 각오를 곱씹었다. 그에게는 기술과 사업 추진 노하우가 있었다. 문제는 '자본'이었다. 결국 소로스 펀드가 투자의 손길을 뻗었다. 올초 소로스펀드 계열의 QP홀딩스와 CSFB로부터 1,500만달러를 투자받은 시큐어소프트는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벤처 재도약의 돌파구는 해외시장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은 근본적으로 열정과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근성이 먹힐 것으로 확신합니다."
하지만 김 사장은 국내 벤처들의 '냄비근성'이 해외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누가 잘했다는 말만 들리면 모두 그곳으로 몰려가는 해외 진출로는 아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이미 말레이시아와 일본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김 사장이지만 새로 진출을 모색중인 미국 시장에서 아주 조심스러운 행보를 걷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철학입니다. 고객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내야 합니다. 현지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신속하게 제품을 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는 "지금이 바로 한국이 태평양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인터넷 환경과 국제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은 전통적으로 경영자 마인드를 갖춘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수년내에 동북아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타고난 경영자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조시대처럼 사농공상 운운하며 경영자를 멸시하는 풍토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 '미국식 CEO EXIT(최고경영자 탈출)' 시스템이 국내에서도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엔지니어 출신의 사장이 창업과 제품 개발을 담당하다 회사 규모가 어느 정도 큰 후에는 자신의 지분을 팔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즈니스는 혁명입니다. 산업혁명도 사실은 비즈니스에 기반을 둔 역사적 사실이었기에 지금에 와서도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벤처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온통 도배된 새로운 혁명입니다. 세계 어느나라 못지않게 벤처가 발달한 한국이 아시아의 정보기술(IT) 혁명을 주도하리라 확신합니다.
김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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