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버용 D램 가격도 최근 들어 15%나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업계는 고부가 메모리 위주의 제품 구성으로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치킨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6일 반도체 가격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신 서버용 D램인 DDR4 R-DIMM은 올 3·4분기 들어 전 분기 대비 15% 가까이 빠졌다. 이번 분기 말이면 이 제품 가격은 이전보다 한 단계 아래인 DDR3급까지 내려갈 것으로 D램익스체인지는 내다봤다. 앤젤 리우 D램익스체인지 분석가는 "32기가바이트 짜리 D램 모듈 등 서버용 D램 제품은 내년에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요 반등으로 정도는 좀 완화되겠지만 가격 하락 압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 가격의 급락은 글로벌 경기 침체, 특히 신흥국 환율 하락이 주범이다. 서버용 D램 외에도 PC용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은 전반적인 수요 감소 속 가격 하락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낸드는 지난달 하반기 동안에만 6% 넘게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PC용 D램 같은 범용 제품을 줄이고 모바일·서버 분야에서 고사양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 위기를 넘는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메모리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기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주요 고객사와의 안정적인 장기계약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버용 D램 가격의 하락이 교체 수요를 활성화시켜 장기적으로 서버용 D램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D램 가격 하락이 인텔의 4세대 서버 플랫폼인 그랜틀리 같은 최신 서버로의 업그레이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D램익스체인지는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