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5%가 한국에서 일어난다고? 그 수익은 '×바리' 주머니로 가는 것."
"200원만 받아도 될 롯데햄을 편의점에서 1,500원 받는다. 일본 기업 롯데에 좋은 일만 하는 게 아닌가?"
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라온 롯데 관련 글이다. 하루에도 수백건이 새로 올라온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 빗대 "롯데타워를 지어 한국을 능멸하려 한다"는 궤변도 돌아다닌다.
'장자의 난'으로 시작된 롯데가(家) 분쟁이 감정적인 기업공격으로 변질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불매운동과 사정 요구, 분위기를 틈탄 정치권의 기업 지분구조 조사를 넘어 기업 경영권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 같은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닌 '재벌 손보기'도 거론된다.
대기업에 부정적인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되 공과는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국내 기업 전체의 소유·경영행위를 문제시하면서 수술대에 올린다면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의 경우 이사회와 공식 절차마저 무시하는 극단적 '황제경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고 순환출자도 416개로 과도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롯데쇼핑과 롯데리아는 최근 5년 동안 고용증가 인원이 각각 1만2,707명과 9,218명으로 각각 2위와 5위다. 기업을 볼 때 한쪽 측면만 부각시켜 낙인찍고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한국에 세금을 내면서 한국 사람을 고용하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한국 기업"이라며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국내 기업의 '오너경영' 전체가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롯데 사태가 문제시되고 있지만 거꾸로 보면 한국 롯데가 매출 90조원으로 일본 롯데(5조원)보다 더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 외에 가족경영으로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롯데 사태 이후의 흐름은 해당 기업의 지분만 따져 국적을 가르고 배당행위 전체에 무조건 어깃장을 놓는 등 감정 일변도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지분보다 경영권을 어디에서 행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일정 수준의 배당은 기업경영의 필수이며 이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막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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