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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없는 은행' 금산분리 완화 기폭제 되나

'뱅카' 등장에 논쟁 가열<br>"금융산업 선진화하려면 대승적 차원 규제 풀어야"


지난 2001년 SK텔레콤·롯데호텔 등 대기업 2세 경영인들과 안철수연구소·시큐어소프트 등 벤처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여개 기업은 인터넷 전문은행인 '브이뱅크' 설립을 논의했고 이 논의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온라인뱅크를 세워 오프라인상 지점을 두지 않는 '은행 없는 은행'을 만든다는 골격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사는 되지 못했다. 금융실명제 등 법적 제약도 걸림돌이었지만 대기업 소유 은행이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회적 저항감이 워낙 컸다. 이른바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문제가 가로막은 것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오는 11일 출시 예정인 뱅크월렛카카오의 등장으로 은행 없는 은행의 모습이 다시 구체화하기 시작하자 산업자본에 대한 은행 지분소유 규제를 담은 금산분리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송금과 지급결제 등 제한적 범위에서 온라인뱅크가 이뤄지지만 머지않아 인터넷뱅크가 출현할 게 확실시되고 이를 위해서는 금산분리라는 기본명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7일 "인터넷뱅크를 설립하려면 기본적으로 금산분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방향성은 제한적이든, 광범위하든 완화 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4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제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IT은행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미 내부적으로 인터넷뱅크 시대에 대비한 금산분리 모형을 다양한 형태로 검토해왔으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방안을 마련하면서 금산분리 문제도 포함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장은 "우리 금융산업이 선진화하려면 기본적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며 "인터넷뱅크에 대한 산업자본 참여는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전초전이 될 수 있고 정책방향도 그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2000년 산업자본의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유인을 위해 비금융기관이 은행 지분의 20% 이상을 소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후 인터넷 전문은행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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