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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윤종열기자의 법조이야기

유신정권시절 군사법정에서 시국사범을 변론하던 현직 변호사가 긴급조치위반과 법정모독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1974년7월9일 비상보통군법회의 법정에서「민청학련사건(民靑學聯事件)」과 관련, 긴급조치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철·유인태·유근일씨 등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제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신옥(姜信玉)변호사는 법정에서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최종변론을 시작했다. 그는 『검찰관이 나라일을 걱정하는 애국 학생들을 내란죄나 국가보안법 등으로 몰아부쳐 사형·무기징역 등 구형을 내리고 있다』면서 『이는 법을 악용해 저지르는 사법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姜변호사는 재판장 박희동 육군중장의 강력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인 자신이 직업상 이 자리에서 변호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피고인들과 같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겠다』면서 『악법을 지키지 않아도 좋으며, 악법과 정당하지 못한 법에 대하여는 저항하고 투쟁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姜변호사는 피고인들의 최후변론을 듣기 위해 변호인석에 앉자마자 중앙정보부 직원 2명이 들어와 자신을 연행, 군사법정에서 가까운 빈방에서 조서를 받고 밤9시께 풀어줬다고 한다. 집에 돌아온 姜변호사는 아내에게 그날 일을 전하며 자식들은 절대 법조인을 시키지 말자고 했으나 현재 아들이 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姜변호사는 그날 새벽 1시경 중정(中情)직원이 찾아와 정보부장이 잠시 뵙자는 말에 고무신을 신고 집을 나섰으나 7일동안 구타당하고 조서를 쓴 뒤 풀려 났지만 그로부터 3일뒤 구속됐다. 변호를 맡았던 민청학련관련자들과 함께 수감행활을 하게된 것이다. 姜변호사가 구속되자 동료 변호사 100명이 변호했다. 비상보통군법회의는 74년9월4일 姜변호사에게 징역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내렸다. 재판장에는 류병현 육군중장, 심판관에는 강신탁 육군소장·신정철판사·송병철검사·황종태군법무관이 맡았다. 그후 류씨는 주미대사를, 강씨는 주택공사사장을 지냈다. 또 신씨는 대법원판사를, 송씨는 검사장을, 황씨는 법무감을 각각 지내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姜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비상고등군법회의에 항소했으나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는 재판장에 이세호 육군대장, 심판관에 윤석민 육군소장, 차규헌육군소장, 이진우군법무관 등이 관여했다. 대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던 姜변호사는 75년2월17일 구속집행정지결정을 받고 석방됐다. 대법원전원합의체는 85년1월29일 姜변호사에 대한 선고를 하면서 비상고등군법회의의 원심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이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서 가능해졌다. 姜변호사는『대법원이 용기있게 신속한 판단을 못했기 때문이었다』며 『결국 대법원이 늦게 재판을 하는 바람에 자신에겐 큰 혜택이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주문이 매우 독특했다. 통상 파기환송을 할 경우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던 것이다. 이같은 판결주문은 1980년10월27일 제5공화국 헌법의 제정공포에 따라 긴급조치가 자동적으로 실효(失效)됐기 때문이다. 유태흥(兪泰興)대법원장이 재판장을, 전상석(全尙錫)대법원 판사가 주심을 맡았다. 환송판결을 받은 서울고법은 88년3월4일 姜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변호사의 정당한 변호권의 범위를 벗어날지라도 명백하게 재판을 위협·방해하기 위한 것임이 뚜렷한 고도의 모욕, 소동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한 법정모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장에는 현재 특허법원장인 최공웅부장판사가, 배석에는 임승균·손평업판사가 맡았다. 현재 이 사건은 사법연수생들의 교재에 실려 있다. 무죄판결의 확정으로 姜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해 327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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