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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이 지난 2008년 정부의 '자원외교 강화' 정책 이후 본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기업이 매출조차 올리지 못하며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설립한 계열사는 지난해 9월 기준 모두 78곳이며 이 가운데 2010년 흑자를 낸 곳은 전체의 28.2%인 22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 계열 자원개발 법인 10곳 중 3곳만 이익을 냈고 나머지 7곳은 적자를 냈거나 매출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들 30대 그룹은 2008년 이후 정부의 '자원외교 강화' 방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독려를 받으며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2008년 말 50개이던 30대 그룹 계열의 해외 자원개발 법인은 이듬해 말 71개사로 급증했고 2010년 말에는 79개까지 늘었다 지난해 1개사가 줄었다.
그룹별로는 LG의 국외 자원개발 법인이 2008년 13개에서 지난해 9월 말 19개로 가장 많이 늘었고 STX는 4개에서 9개로 증가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영풍은 1개에서 5개로, 삼성은 8개에서 11개로 관련 법인을 각각 늘렸고 동양은 지난해 2곳을 신규 설립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2개사, LS는 2개사, GS는 4개사로 각각 1개씩을 늘렸고 코오롱은 계열사인 코오롱아이넷이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자원개발에 진출했다.
SK는 2008년 14개이던 해외 자원개발 법인을 2009년 26개로 크게 확대했다 지난해 브라질 석유광구 3곳을 매각하는 등 사업을 축소해 지난해 9월 말 현재 14개로 줄였다.
이들 법인의 실적은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이익은 고사하고 매출이 '0원'인 곳도 수두룩하다.
그룹별로는 한화가 7개 법인 중 1곳만 순이익을 내 성과가 가장 나빴다. 나머지 6개사 중 4개사는 실적이 0원이었다. 영풍은 5개사 중 흑자를 낸 곳은 1개사이고 동양은 천연가스 개발업체 2곳 모두가 적자 상태다.
삼성은 11개사 중 3개사만 흑자이고 GS는 4개사 중 1개가사, STX는 9개사 중 2개사가, SK는 14개 중 3개사가 흑자로 흑자 법인 비율이 모두 20%대다.
LG는 이들보다는 양호해 19개사 중 8개사가 순익을 냈고 LS는 소속 계열사 2곳이 모두 이익을 거뒀다.
자원개발 사업은 기본적으로 탐사와 개발에 드는 시간이 길고 실패 확률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편승해 '대박'의 꿈을 안고 무분별하게 진행한 투자도 꽤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자원개발 분야가 과열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 차츰 구조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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