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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카지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5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한다. 사전심사제가 도입됐다고 해서 이 원칙이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기존에는 3억달러 이상을 직접 투자하고 특1급 호텔 등 주요시설을 지은 뒤에 카지노업 허가 신청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투자를 꺼려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따라 청와대를 설득, 지난해 말 사전심사제를 도입했다. 이는 카지노업을 희망하는 투자자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뒤 투자 계획 등을 제출하면 문광부가 심사를 거쳐 사업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앞으로 투자가 5억 달러에 이르기까지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면 카지노 면허를 주겠다는 정부 차원의 약속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사전심사제가 도입된 지 4개월만인 지난 1월, 일본의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와 미국ㆍ중국계 합작 자본인 리포&시저스사가 영종지구에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각각 3조원, 2조2,475억원 규모의 복합리조트(특급호텔, 외국인 카지노, 컨벤션 등) 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사전심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국내에 이미 투자한 상태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문광부가 사전심사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진룡 문광부 장관은 "관광산업에 외자를 원활하게 유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꼭 사전심사제가 맞는지는 심각하게 다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치권과 문광부를 중심으로 사전심사제 폐지, 자격 요건 강화 등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당장 5월 중순까지 예정된 영종지구 카지노 사전심사도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부실자본이 유입되는 것이다. 사전심사를 신청한 투자자 중 하나인 시저스가 투자적격등급(BBB)이하라는 점이 논란이 된다. 먹튀 걱정도 뒤따른다. 외국 자본이 나중에 허가권만 팔고 나가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가까운 우려라는 목소리도 높다. 일단 세계적 카지노 자본 중에 투자적격등급(BBB) 이상인 곳은 거의 없다. 부채가 많은 대신 현금 흐름이 좋은 것이 카지노 자본의 속성이다. 시저스는 지난해 기준 현금만 25억 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으로 먹튀도 불가능하다. 이우현 인천경제자유구청 팀장은 "사전심사 적합 통보를 받아도 제 3자 양도는 불가능하다"며 "최종 허가를 받기 전 5억 달러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취소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부처간 조율을 통해 도입한 제도를 불과 반 년만에 다시 손대는 것은 너무나 후진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원석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사전심사제에 적합성 논란이 있다 해도 정부 외자유치 정책의 신뢰성만큼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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