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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담철곤 회장 결단만 기다리는 현재현 회장

[수면위로 떠오른 동양 구조조정] ■ 긴박해진 오리온·동양<br>ABS 발행이 최선이지만 넉넉지 않은 오리온 곳간이 문제

담철곤 오리온 회장

전날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담철곤 오리온 회장. 그는 13일 이른 아침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자택에서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지간인 두 사람은 서울 성북동에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사촌. 동양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양구 회장의 큰딸이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고 둘째 딸이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다. 오리온은 지난 2001년 동양그룹에서 계열 분리했고 지난해 지분관계를 모두 정리했지만 수시로 자리를 마주하는 사이다.

담 회장은 회동 후 회사로 출근했고 동양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양그룹 현 회장 역시 담 회장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현 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오리온에서 이번 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동양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ㆍ동양증권ㆍ동양파워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발생한 기업어음(CP)은 약 1조1,000억원 수준. 이달부터 차례로 만기가 돌아온다. 동양 입장에서는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신용등급마저 추락해 오리온의 신용보강을 통한 ABS 발행이 최선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담 회장이 현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오리온 오너(담 회장과 담 회장의 부인)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동양은 5,000억원에서 1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남은 것은 현 회장의 제안에 대한 담 회장의 결단. 오리온도 곳간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동양을 지원해 준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다.

지난해 12월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관희 여사는 자신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을 동양에 무상 대여했다. 동양은 이를 바탕으로 1,600억원을 확보했다. 이 여사가 동양그룹을 살리기 위해 뛰고 있고 동서 간이면서 이웃사촌인 것이 현ㆍ담 회장의 관계다. 담 회장의 결단을 현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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