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준(41)씨는 최근 등과 다리 등이 매우 가려워 무심코 자주 긁다 보니 피가 날 정도로 피부상태가 악화됐다. 긁는 동안 가려움증이 잠시 멈추기는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또다시 가려워져 업무를 못할 정도다.
건조주의보가 이어지는 매년 이맘때면 괴로운 이들이 있다. 바로 피부건조증과 건선 환자들이다. 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데다 계속되는 난방 때문에 정강이 부위부터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며 견딜 수 없이 가려워진다. 참지 못해 계속 긁다 보면 어느새 피도 나고 흉터까지 생긴다. 긁지 않으려 애써봐도 자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기 일쑤다. 연고를 발라봐도 잠시뿐 하루 종일 가려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피부질환인 피부건조증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의 피지 분비가 감소하면서 피부 표면에 있어야 할 기름 보호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피부는 수분을 잃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건조해지는 대기, 과도한 난방과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잦은 목욕, 빈번한 비누와 때수건 사용 등도 피부건조증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
피부건조증의 증상은 종아리·허벅지 등 다리부위와 팔에 먼저 나타나 점점 옆구리, 마찰이 심한 부위, 허리주위 등 온몸으로 퍼진다. 심해지면 미세한 각질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표피에 균열이 생겨 가렵고 따가운 증상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피부를 계속 긁거나 아무 연고나 바를 경우 오히려 염증이 생기거나 만성화돼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피부건조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실내온도는 22도 정도, 실내습도는 4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 실내습도가 30% 이하로 되면 피부건조증이 심해지므로 가습기를 틀거나 세탁물을 실내에 널어두는 것이 좋으며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루 8잔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시고 과도한 음주나 커피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해준 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과 건선클리닉 교수는 "겨울철 피부건조증을 막으려면 목욕을 지나치게 자주 하거나 비누를 과다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샤워는 하루 1회, 탕 목욕은 주 1회 정도가 바람직하며 물 온도를 너무 뜨겁지 않게 하고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는 부분은 가급적 비누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시간의 목욕은 탈수상태를 초래해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한다. 목욕 후에는 3분 이내에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피부의 수분 증발이 지속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타입별로 피부 건강관리법이 조금씩 다른 만큼 주의해야 한다.
세수만 해도 따가울 정도로 건조증이 심한 피부의 경우 샤워 횟수를 일주일에 2~3회로 줄인다. 때를 미는 것은 절대 금물이며 비누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 경우 세척력이 약한 비누를 선택한다. 실내온도를 20도 정도로 낮추고 잘 때 땀을 흘리면 더 가려우므로 수면 중에도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건성 피부인 사람이 겨울철 피부관리를 소홀히 하면 건성 습진으로 고생할 수 있다. 정강이 등 팔다리에서 흰 비늘같이 미세한 각질이 일어나고 방치하면 가려움증으로 고역을 치른다. 증세가 나타나자마자 건성 피부 관리법에 따르면 악화를 막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증세가 진행됐다면 피부과 처방을 받아 가려운 부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가려움증을 줄이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야 한다.
여드름 환자는 겨울철 피부관리가 쉽지 않다. 겨울에는 각질이 자주 일어나는데 여드름 환자에게 각질이 올라온다는 것은 피부가 여드름 염증으로 매우 민감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조한 겨울철 여드름 악화를 막으려면 세안은 하루 2회 정도가 적당하고 피부에 맞는 스킨로션을 선택해 손바닥으로 감싸주듯이 눌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습제는 적당량을 덜어 건조한 부위에만 살짝 발라주는 것이 좋으며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수분팩이나 영양팩을 해준다면 겨울철 여드름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가려움증이 심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경우 실내온도와 습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실내온도를 낮추기 위해 반드시 내복을 입어야 하며 실내온도는 18~20도로 맞추고 습도는 50~6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도 피부건조증이 많이 발생하므로 겨울철에는 잦은 샤워나 뜨거운 비누목욕을 자제해야 한다. 가려움증이 심할 때는 가벼운 샤워보다 따뜻한 물(38도)에 약 10~20분간 몸을 담그는 목욕이 좋다. 목욕하는 동안 수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단 물에서 나온 뒤 수건으로 온몸을 두드리듯 닦아내고 목욕 후 3분 이내에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보습크림이나 오일을 발라야 한다.
병명에 '건'자가 들어 있어 피부건조증과 혼동하기 쉬운 건선은 피부건조증과 전혀 다른 질환이다. 피부건조증이 누구에게나 여건에 따라 쉽게 생길 수 있다면 건선은 유전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에게 여러 가지 주변 요인이 복합적 영향을 미쳐 생기는 난치성 질환이다. 온몸 여러 곳에 은백색 각질로 덮인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건선은 춥고 건조한 겨울이 되면 증상이 악화돼 병변의 범위가 넓어질 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심해져 생활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또 목감기 앓고 난 뒤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어 겨울철에 더욱더 주의가 필요하다.
건선은 전신 피부에 발생할 수 있지만 겨울철에 특히 신경 쓰이는 곳은 두피다. 두피는 피부건조에 매우 취약한 곳임에도 모발 때문에 보습제를 바르는 경우가 드물고 어깨에 떨어지는 각질을 머리를 잘 감지 않아 생기는 단순한 비듬으로 생각해 더욱 자주 머리 감기를 계속한 결과 증상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때 극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두피가 조이는 느낌, 진물, 딱지, 통증, 목에 몽우리가 만져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에는 자가치료를 중지하고 즉시 피부과를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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