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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姑婦遺憾
입력1999-11-19 00:00:00
수정
1999.11.19 00:00:00
사이좋은 고부지간이란 거의, 아니 아예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절망을 하다못해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쌍방이 자기 입장만 고집할 뿐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옹졸함으로 원만한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다.고부간 갈등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힘의 논리에 의한 관계정립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가 곳간 열쇠를 갖느냐, 누가 지배하고 지배당할 것이냐는 힘의 서열을 결정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관계가 생성되는 것이다.
어느 세계든 힘의 순위는 순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에 비극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볼수록 우리는 동물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이다. 힘이 전부가 아닌 인간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부부간이라고 힘의 논리가 작용하지 않을까만은, 부부를 비롯한 가족관계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고통과 불행을 피할 수 없는 특수한 관계다.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으면 무관심이 됐든, 포기가 됐든, 어떤 형태든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안봐도 괴롭고 봐도 괴로운 것이 가족관계라면 기왕에 그럴 바에야 큰 맘 먹고 사랑해버리는 것이, 포용해버리는 것이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다.
생각하면 상대를 미워하는 일처럼 고통스럽고 어리석은 일도 없다. 그것도 가족을 미워하는 일처럼 우매한 일은 없을 것이다. 미워함에도 절망과 포기와 무관심과 무시와 단절 등의 다채로운 색깔이 포함돼 있다. 어떤 색깔이든 미워함에는 독이 있다. 자기와 상대를 그리고 자기에게 연계된 주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이 있다. 무엇보다도 그 독은 미움을 품고 있는 자신의 정신부터 죽일 것이다.
배우자란 남녀와 젊고 늙음을 불문하고 꼭 있어야 하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특히 아플 때와 곤경에 처했을 때엔 배우자의 소중함이 더 깊이 느껴질 것이다. 자신의 전 존재를 의탁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배우자에게 의존해 살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다. 그것을 생각하면 각각의 배우자들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바로 그 배우자를 보내주신 시어머니와 아들에게 필요한 배우자인 며느리가 어째서 힘의 논리에 의해 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관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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