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인터넷 검색을 하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가능해진 것은 바로 모바일 CPU 코어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기능블록인데 안타깝게도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력으로 이를 만들지 못한다. 현재 세계 모바일 CPU 코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영국의 암(ARM)사. 삼성전자 등 우리 업체들은 해외에 매년 3,0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성장 정체의 덫에 빠진 반도체 사업을 다시 도약시키기 위해 모바일 CPU 코어의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생산 공정이 바뀌는 것에 대비, 450㎜ 웨이퍼용 대구경 장비 개발을 시작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경기 성남시에서 개최된 한국반도체회관 입주식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산업 재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는 여전히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지만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수출액 중 반도체 비중은 2000년 15%에서 지난해 9%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도 1990년대 이후 줄곧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산업부의 이번 전략은 우리 반도체 시장이 일본의 몰락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마련됐다. 김정일 산업부 전자부품과장은 "1980년대 말 세계시장을 석권하다 최근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재도약 전략의 핵심과제는 한국형 모바일 CPU 코어 개발이다. 모바일 CPU 코어 로열티는 2008년 1,800억원대에서 지난해 3,500억원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부는 올해 산학연 공동으로 저전력 프로세서 설계기술 개발을 시범 추진하고 내년 CPU 코어 국산화 로드맵을 도출해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부는 또 현행 300㎜ 웨이퍼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450㎜ 웨이퍼용 대구경 장비 개발 프로그램에 국내 장비업체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 개발 프로그램은 현재 인텔ㆍTSMCㆍIBM 등 5개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수입의존형 시스템반도체(SoC) 국산화를 위해 'K칩(chip)'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개발 대상 SoC는 RFIC, DTV 멀티미디어칩, 이미지센서, 가전용 MCU 등이다.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반도체 전체가 14.7%, 메모리 52.2%(D램 65.7%, 낸드 48.3%)지만 시스템반도체는 6.1%에 머물러 있다. 산업부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 및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 순위를 현재 4위에서 2025년 2위로 상승시키는 것을 이번 전략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 개발제품의 평가ㆍ검증 인프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소자기업ㆍ중소장비기업 간 '버추얼 팹'을 구축, 장비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버추얼 팹이란 각 공정별 장비ㆍ소재기업이 소자기업에서 공급한 웨이퍼를 분산된 장소에서 각각 연구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