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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원 양현승 교수(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인공지능이용 “살아있는 로봇” 개척자서울경제신문사와 한국과학재단이 제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6회 수상자로 양현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가 선정됐다. 양교수는 지능형 이동로봇을 개발, 대전 엑스포에 전시하고 제4회 국제이동로봇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의 연구활동과 연구세계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수상자 연구세계/눈­입체적 영상인식센서 부착/귀­국·영문 각50단어 음성기억/입­상황따라 30여개 문장말해 적외선·초음파센터 거리 판단 올해 나이 다섯살. 키 1m·몸무게 65㎏으로, 몸통은 가로 6백㎜·세로 6백㎜로 허리가 없으며 둥글고 커다란 양철 컵을 엎어 놓은 모양이다. 눈은 쌍안경처럼 생긴 CCD(고체촬상소자) 스테레오 카메라 2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각센서로 물체의 입체적인 영상을 인식하고 각종 표지물을 판단할 수 있다. 몸 속에 내장된 귀는 국문·영문 각 50단어 정도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고, 입은 음성 합성기술로 상황에 따라 『비켜 주세요』 같은 짧은 문장 30여개를 말할 수 있다. 촉각 센서(72개)는 움직이다가 몸에 물체가 닿았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적외선 센서(12개)는 30㎝ 이내의 거리를, 초음파 센서(24개)는 0.3∼3m의 거리를 측정한다. 팔과 다리는 아예 없고 4개의 작은 발(바퀴)로 최대 초속 1.5m로 달릴 수 있다. 양현승교수가 개발한 지능형 이동 로봇 「CAIR­Ⅱ」의 모습이다. CAIR은 양교수가 맡고 있는 인공지능연구센터(Center for Artificial Intelegence Research)를 의미한다. 이 로봇은 꺼벙한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똑똑하다. 자체 학습기능을 갖추고 있어 한번 익힌 표지판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스테레오 카메라·적외선 센서·초음파 센서는 주변의 물체를 감지하여 격자 모양의 지도를 생성한다. 이 지도를 이용하여 장애물을 피하면서 목표를 찾아가는 것이다. 도중에 사람이 길을 가로 막으면 앙증맞게 『비켜주세요』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로봇은 또 위상학적인 지도를 이용하여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지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판단한 뒤, 퍼지(Fuzzy) 방식으로 최적 경로를 선택하여 목표를 찾아 간다. 이 로봇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지난 95년 국제인공지능학회(IJCAI)와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공동 주최한 제 4회 국제 이동로봇 경연대회에서다. 참가 로봇은 사무실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배달」과 「청소」 2개 종목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CAIR­Ⅱ」는 「배달」 경기에 참가했다. 「배달」 종목에서 로봇은 무선 마이크를 통해 지시받은 목적지를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정확하게 찾아가야 한다. 누가 빨리, 그리고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가느냐 하는 경기다. 보기를 들면 「이 방을 나가 왼쪽으로 돌아 2번째 복도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4번째 방에 있는 사람에게 이 서류를 주고 오라」는 식이다. 실제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심판은 일부러 틀린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오른쪽에서 4번째 방」이라고 지시했는데 4번째 방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로봇은 잘못된 명령을 인식하여 정확한 명령을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배달」 종목에서 대부분의 로봇은 자신이 있는 방도 빠져 나가지 못하고, 방을 빠져나가도 잘못된 명령 때문에 막힌 벽 앞에서 맴돌았을 뿐이다. 양교수의 「CAIR­Ⅱ」는 한번도 충돌하지 않고, 잘못된 명령에 속지도 않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여 이를 지켜본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들을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은 이 로봇이 처음 참가했다는 사실과 이 로봇이 우승 후보로 여겼던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허두영 기자> ◎심사평/고려대 진정일 교수/국제로봇대회 우승/엑스포 무고장 자랑/인공지능 세계선도 양현승 교수가 개발한 지능형 이동로봇은 지난 93년 대전엑스포에서 93일 동안 전혀 고장없이 관람객들에게 지능형 로봇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며 지난 95년 제4회 국제이동로봇경연대회에서 우승해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이 로봇의 ▲실시간 목표물 추적시스템 ▲행위 및 지식기반형 운항시스템 ▲지능형 인간:로봇 정보교환시스템은 탁월한 성능을 자랑할 뿐아니라 뛰어난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양교수를 제 6회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장:진정일 고려대 교수 ◇심사위원:장성도 이수화학 고문·강민호 한국통신 해외사업본부장·김진동 서울경제신문주필·명효철 고등과학원 부원장·박원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배무이화여대 교수·변광호 생명공학연구소장·손병기 경북대 교수·손재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선임부장·이대운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이이형 한양대 부총장·전의진 과학기술처 연구기획조정관·정명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채영복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사무총장 ◎수상업적/지능형 이동로봇 개발/산업·의료·군사 분야/무인·자동화 새장열어 양현승 교수의 연구세계는 사이버(Cyber)를 추구하는 인공지능의 세계다. 그는 로봇을 통해 사이버의 현실을 탐구하고 멀티미디어시스템을 통해 사이버의 가상에 빠져든다. ◇지능형 이동 로봇 로봇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다. 양교수의 지능형 이동 로봇 「CAIR­1」와 「CAIR­2」는 자제 제작한 하드웨어에 ▲목표추적시스템 ▲행위 및 지식기반형 운항시스템 ▲인간:로봇 정보교환시스템 등의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하드웨어는 스테레오 카메라 2대와 각종 센서로 상황을 감지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판단하며 바퀴로 움직인다. 목표추적시스템은 장애물을 회피하고 목표를 추적하고, 행위 및 지식기반형 운항시스템은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여 최적 경로를 선택하며, 인간:로봇 정보교환시스템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을 로봇이 적절하게 수행하게 한다. 양교수가 최근 개발한 소형 6족 보행 로봇은 바퀴로 움직이는 「CAIR」과 달리 개미처럼 다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곳을 이동하는데 편리하다. 이 지능형 이동 로봇기술은 앞으로 산업·의료·복지·군사 등의 분야에서 무인화와 자동화에 기여하고 영상 인식·음성 인식·지식 기반시스템 등 인공지능의 각 영역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멀티미디어 탁상회의시스템 이 시스템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사람이 통신망을 통해 서로 보고 들으면서 회의를 벌이고 공동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공동작업용 하이퍼미디어 저작도구를 제공하여 각종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보기를 들면 자동차를 살 때 PC로 가까운 대리점을 연결하여 차종·가격·옵션·세금 등의 자료를 영상과 데이터로 받아볼 수 있고, 상담원과 원격 대화하면서 상세한 내용을 알아볼 수 있다. 공동 디자인·원격 쇼핑·원격 교육·원격 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허두영 기자> ◎인터뷰/가 이동로봇대회 지원금 2천만원/부품값조차 안되 주머니털어 참가/선진국 기술인정 국내 몰라줘 섭섭 양현승 교수는 부드러운 남자다. 「알고 보면」이 아니라 「척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내를 아예 현모량처로 단정해 놓고 무조건 믿어버린다거나 지난 88년 자식 교육문제 때문에 미국의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무조건 고국으로 돌아온 그의 섬세함 때문만은 아니다. 듣는 사람의 찬탄을 자아내는 노래솜씨를 가진 40대의 양교수가 노래방에서 20대가 즐겨부르는 신세대 노래를 멋드러지게 부르는 것을 보면 학생들과 같이 어울리기 위해 끊임없는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연구분야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분야다. 말그대로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 가운데서도 가장 「부드러운」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의 자연스런 「부드러움」이다. 『하늘에는 초음속 비행기가 날지만 현대과학은 아직 나비가 어떻게 나는지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비가 수십억년 동안 진화한 결과입니다. 벌이나 파리의 지능도 결코 우스운 수준이 아닙니다. 인간이 두 발로 걷는 것은 기계가 좀처럼 흉내낼 수 없는 정말 신비한 행동입니다. 생물의 기능을 흉내내는 것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교수는 로봇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가 너무 높아 현재의 첨단기술로도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다고 설명한다. 곧 현대 과학은 아직도 생물의 자연스런 「부드러움」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머나먼 화성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지구로 자료를 전송하는 「패스파인더」를 보면 과학자들은 그 정교함에 경탄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굼벵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기계덩어리를 보고 실망할 뿐입니다』 지난 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로봇을 전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로봇 영화나 만화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실제 로봇을 보고 실망할까봐 두려웠다는 것이다. 양교수는 엑스포를 개최하기 불과 6개월 전에 이러한 요청을 받은데다 꿈돌이·꿈순이 2대의 로봇을 제작하는 비용도 3천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게다가 당국이 요구한 것은 전시기간(93일) 동안 계속 작동해야 하고 그것도 전시장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관람객과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어디서도 로봇이 이렇게 작동한 사례가 없다. 이 꿈돌이 로봇이 지난 9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 4회 국제 이동로봇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시 대회 참가지원비로 과학재단에서 2천만원을 받았지만 경기를 위해 설계를 보완하면서 부품 값만해도 2배가 넘어, 양교수는 다른 과제에서 아껴쓴 자금과 개인의 사재를 털어 「CAIR­2」를 제작했다. 또 배터리를 비행기에 싣고 나갈 수 없어 몬트리올에 도착한 다음 적당한 배터리를 수소문하다 마침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소나타」용 배터리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한다. 『선진국들이 인정하는 것을 한국에서는 전혀 알아주지 않는 것이 섭섭했습니다. 당시 영국 BBC 등 언론사에서 크게 다루어 주었지만 한국의 언론은 1주일이 지나 조그맣게 써 주었습니다. 학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교수는 국내에서 로봇 관련 연구조직은 크게 기계와 전자 2개 분야로 나뉘어 서로 협력하지 않기 때문에 더 나은 연구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무표정한 로봇에게 얼굴을 만들어주고 싶어하고 로봇에 상처가 나면 자신이 아프게 느껴진다는 그는 로봇에 대해, 아니 생명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진 진짜 「부드러운 남자」임에 틀림없다.<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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