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89년생’. 오는 2008년 내신 중심 입시제를 적용받는 고1년생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부르는 말이다. 그러나 입시제도로 저주받은 건 비단 89년생뿐이 아니다. 자고나면 바뀌는 대입전형 탓에 매년 일선 학교와 학생들은 고차원 방정식을 풀 듯 혼란스런 입시제도에 적응해야 한다. 대학 입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교육의 혼란상은 해방후 60년 교육 역사 그 자체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우리에겐 너무 먼 나라의 얘기. EBS는 공사창립 5주년을 맞아 우리 교육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를 12일부터 5주간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방영한다. 일제시대와 해방 후 교육사를 통해 오늘도 계속되는 우리의 교육문제를 살펴본다. 또 독일, 일본, 프랑스의 교육 정책과 교육사를 살펴보며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본다. 프로그램은 지난 세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교육사적 사건을 되돌아본다. 뜨거운 교육열은 일제시대에도 다름 아니다. 지난 27년 대한매일신보에 ‘수험준비 남녀학생 모집’이라는, 요즘으로 치면 입시학원을 열었다는 기사는 당시의 사교육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엿 먹어라’라는 욕의 어원이 된 사건인 64년 경기중학 무즙파동,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남긴 86년 여중생 자살사건 등 우리 교육의 아픈 과거를 되돌아본다. 이와 함께 이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를 고찰한다. 제작진은 일제시대 친일집단을 키우고자 한 식민지 소수 엘리트 교육정책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본다. 또 미군정기 한국 상황에 맞지 않던 파행적 교육정책과 독재시대 이어져 온 삐뚤어진 정책들이 오늘날의 비틀어진 교육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프로그램은 김활란, 백낙준, 김성수 등 친일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미 군정의 혼란을 틈타 다시 학교로 돌아온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본다. 또 군사정권 시절 국민교육헌장으로 대표되는 잘못된 학교 이념교육 등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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