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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사업자 선정방법/박승 중앙대 교수(송현칼럼)
입력1997-05-12 00:00:00
수정
1997.05.12 00:00:00
박승 기자
정부가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의혹과 비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드디어 그것이 나라의 기틀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6공말기에 제2이동통신의 사업자를 결정했다가 말썽이 되어 이를 백지화한 일이 있다. 그 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기존의 한국이동통신은 선경에, 그리고 제2이동통신은 포철과 코오롱그룹에 사업권을 주었다.
작년 6월에는 개인휴대통신(PCS)과 기업휴대통신(TRS) 등 7개의 통신사업분야에서 모두 27개의 신규사업자를 선정한바 있다.
한편 방송사업에서는 94년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4개의 지역민방사업자를 선정한 바 있고 작년에는 제2차의 사업자선정이 있었으며 이달말에는 각 도내 지역별 유선방송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으로 있다.
이러한 국책사업에는 엄청난 특혜와 이권이 따라 붙는다. 사업의 종류에 따라서는 수천억원의 이권이 붙는다. 따라서 사업자로 선정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기업의 사활에 영향을 미치고 재계의 판도를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사생결단하고 달려들 것은 뻔한 일이고 기업마다 권력에 줄을 대려고 발버둥칠 것은 당연한 일이니 정경유착은 피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신규사업자 선정이 있을 때마다 경합은 치열하고 이런저런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우겼고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댈 수도 없었으니 정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한보사건과 현철씨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니 그러한 사업자 선정과정의 고비마다 정경유착에 의한 비리 의혹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 몇개 기업만이 의혹을 받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깨끗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사전에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부는 상식적인 경제원리도 몰랐다는 것이니 무능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신규사업자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두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그 사업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효율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특혜가 되는 이권소득은 개인이 가져서는 안되며 이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정의와 공평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권소득이다. 이것은 독점에서 오는 것이며 독점은 국가가 주는 것이다. 개방경쟁이 되어 누구나 할수 있는 것이라면 특혜가 있을수 없고 정경유착이 있을 수 없다.
국가가 특정기업에 독점권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업의 특수성때문이다. 방송사업이나 이동통신사업을 누구나 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국가가 주는 독점권에서 오는 특혜소득은 당연히 사회에 귀속시켜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업권을 받는 개인에게 그 독점소득을 주는데 있다. 사업권을 따서 5천억원의 독점소득이 나온다고 하면 1천억원의 뇌물을 주고라도 따내려고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사업자를 선정할 때마다 정부는 공정한 심사를 했다고 과시해 왔다. 치밀한 심사기준을 적용했고 심사위원도 공정하게 구성하고 점수도 엄정하게 평가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인가. 이런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사업수행능력은 평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권소득문제는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과 같은 심사과정을 거쳐 1차적으로 그 사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격업체를 5배수 정도로 선발하고 2차적으로는 이들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에 부쳐 최고 응찰자에게 사업권을 주고 그 수입을 국고의 일반회계수입으로 넣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사업자 선정에 따르는 모든 문제는 깨끗하고 명료하게 정리될 것이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하여 가칭 「국책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별법」을 당장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통신이나 방송과 같은 국책사업자를 경쟁입찰을 통해서 선정하고 있다. 특혜가 붙어 있는 사업자를 사람의 손으로 고르려 하면 비리와 부패는 필연의 길이다. 아담 스미스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경쟁을 통해서 결정할 때에만 효율과 공정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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