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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국민연금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품주에는 꾸준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의 경기부진과 원유 가격 하락으로 실적 추정치 하향세가 두드러졌던 정유ㆍ화학주 비중은 크게 줄였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ㆍ4분기 심텍ㆍ삼성전기ㆍ원익머트리얼즈ㆍ자화전자ㆍ대덕GDS 등 IT 부품주와 넥센타이어ㆍ금호타이어ㆍ현대위아ㆍ에스엘ㆍ한일이화ㆍ우림기계 등 자동차 부품주 비중을 크게 늘렸다.
글로벌 경기전망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스마트폰과 자동차 업황이 호조를 보이자 외국인 수급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ITㆍ자동차 부품주를 주로 담은 것이다. 특히 1ㆍ4분기에는 순매도를 보였던 타이어주 비중을 2ㆍ4분기 들어서는 크게 늘렸다. 원재료 가격 안정으로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되자 금호타이어 지분을 5%로 늘렸고 넥센타이어도 2% 이상 추가 매수했다.
통신기기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 등 스마트폰 수혜주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졌다. 특히 삼성전기ㆍ심텍ㆍ대덕GDSㆍ비에이치 등은 2분기 이상 쇼핑리스트에 올랐다.
성장성과 이익안정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중소형주는 선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특히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업체로 삼성그룹에서 인터파크로 매각된 아이마켓코리아와 중국 시장 확대로 성장성이 높은 화장품주 제닉 등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지분을 늘렸다.
반면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악화 우려가 불거졌던 대부분의 화학주와 철강주는 비중조절에 나섰다. 화학주 가운데서는 호남석유ㆍOCIㆍ이수화학 등을 1%포인트 이상 줄였고 현대제철도 지분율을 9.13%에서 8.1%로 축소했다.
원유 가격 약세로 실적둔화가 예상되는 정유주도 지분을 줄이고 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S-OIL과 SK이노베이션 지분을 1%포인트씩 줄였다.
지난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에도 업종 내 최선호주를 골라 담는 종목 플레이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사주 가운데서는 LG상사를 담는 대신 대우인터내셔널을 일부 팔았고 카지노주 가운데선 파라다이스 대신 GKL을, 증권주 중에서는 KTB투자증권 대신 한국금융지주를, 광고업체 가운데서는 제일기획 대신 LG그룹 계열 광고지주사인 지투알을 담았다.
불확실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단기 트레이딩 경향도 두드러졌다. 1ㆍ4분기에는 쇼핑리스트에 올랐던 에스엠ㆍ파라다이스ㆍ종근당ㆍ한솔테크닉스ㆍ두산인프라코어ㆍOCI 등을 2ㆍ4분기 들어 팔았고 반대로 1ㆍ4분기 비중 축소에 나섰던 제일모직ㆍLG상사ㆍ넥센타이어ㆍ락앤락ㆍSK네트웍스ㆍ한솔제지ㆍ네패스 등이 쇼핑백에 골고루 담겼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순매수에 나서기보다는 변동성장세에 대비하는 수준의 매매 스타일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국민연금은 섹터별 투자전망에 따라 적극적으로 배분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수준으로 매매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당분간 적극적인 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국민연금의 러브콜을 받은 상당수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심텍(3.13%), 원익머트리얼즈(3.64%), 대덕GDS(6.88%), 비에이치(1.40%) 등 쇼핑리스트에 오른 IT 부품주가 크게 올랐고 국민연금이 다시 비중을 늘린 제일모직(0.20%), 한솔제지(4.24%) 등도 강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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