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밑 28일에 열린 검찰 송년행사에는 검찰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검사와 수사관 등 직원들이 출연한 연극 ‘백설공주 살인 미수사건’이 그것. 동화 백설공주의 시샘많은 왕비가 순진한 백설공주를 살해하려한 사건을 법정 이야기로 극화했다. 연극 하나 한 것이 무슨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만 권위ㆍ형식주의에 젖어왔던 검찰의 조직과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극중에는 검사가 ‘옆집(법원)’의 왕비 영장기각을 놓고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하며 TV 개그프로의 우스꽝스런 동작을 연출해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연극을 기획ㆍ감독한 사람은 다름아닌 대검찰청 김진숙(사시 32회) 검사(부공보관). 김 검사는 “법ㆍ검 영장갈등 등으로 침체돼 있는 검찰에 활력을 주기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검찰은 판사의 유ㆍ무죄 심증없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는 법원의 ‘공판 중심주의’와 ‘불구속 재판’ 확대, 이에 따른 영장기각 급증 추세로 곤혹스럽다”며 “검찰은 ‘권위’도 필요하지만 이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감성’과 ‘유연’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백설공주 살인미수 사건’은 침체된 검찰조직에 활력과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를 ‘펀(fun) 경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김 검사는 99년 광주지검에서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 검사 1호’이기도 했다. 당시 검찰사상 처음으로 국가보훈처 산하 공무원들의 상이군경 등급판정 비리를 밝히는 등 굵직한 인지(認知)수사로 명성을 날렸다. 이 같은 맹렬 검사가 이번엔 검찰의 입으로 변신해 특유의 부드러움을 발휘하며 검찰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