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웨이터서 사장으로… 화려한 변신
[젊은 꿈 성장기업서 키워라-롤모델 집중탐구] 고졸·옷장사·웨이터 출신 전성수 도루코 대표우직하게 뛰다 보니 어느새 CEO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co.kr
"아직도 생생합니다. 용케 입사가 됐습니다. 1982년 12월27일 면접을 보고 다음해에 연락이 와 1월20일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옷장사, 술집 웨이터를 거치며 혹독한 사회경험을 하다 만난 '평생직장'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까. 어느덧 입사 3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전성수(53ㆍ사진) 도루코 대표는 아직도 면접을 보던 날, 합격 연락을 받았던 순간을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전 대표는 매출 100억원대 중소기업의 신입사원에서 출발,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7년 임원이 된 그는 2010년말 51세의 나이로 도루코 57년 역사상 처음으로 평사원 출신 사장이 됐다. 50세를 전후해 대기업 등에서 밀려나는 세태에 비하면 29년전 강소기업을 만들겠다며 작은 기업에 투신한 젊은 꿈이 톡톡히 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입사 4년차, 전 대표는 영업이 하고 싶어 과감히 직무 전환을 신청했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이 대구ㆍ경북 지역을 담당하는 대구영업소.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분위기 때문에 적응은 만만치 않았다. 추운 겨울 임대로 살고 있던 회사 사택의 주인이 바뀌면서 갑자기 "일주일 안으로 나가라"는 바람에 임신 중인 부인과 거리에 나앉을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불평을 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려는 생각은 없었단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그때마다 극복하는 데 온 힘을 쏟는 의연함을 잃지 않은 것. 이런 우직함은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사람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특유의 친화력도 전 대표의 강점. 영업소 근무시절 그는 만나 줄 때까지 밤낮으로 쫓아다니며 거래처 사장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그의 진솔한 태도에 거래처 사장들은 곧 마음을 열었고 "형님, 동생"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선배, 동료, 거래처 등 주변인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내에서는 그를 직원을 믿고 스스로 책임을 다하게 만드는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한다. 그 역시 CEO를 "각 분야의 임직원들을 조율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지휘자"라고 정의했다. 실제 그는 팀장급이 결재를 올리면 함부로 결정을 뒤집지 않는다. 맡은 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팀장이 깊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면 거기에 믿음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그를 주변에선 '덕장(德長)'이라 부른다. 오랜 회사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기 때문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 대표는 다른 임직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남다른 강점이 있다"며 "이런 면 때문에 직원들도 대표이사를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전 대표의 목표는 2020년까지 도루코를 매출 8,000억원, 세계시장 점유율 10% 기업으로 키우는 것. 지난해 1,68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8년 안에 4배 이상 성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대표는 매출액의 10~15%를 R&D에 투자, 기술 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
이달 초부터는 베트남에 약 3만3,000㎡(1만평) 규모, 용인에 약 6,600㎡(2,000평)규모의 면도기 공장을 추가 가동했다. 전 대표는 "내부 조직원들이 똘똘 뭉친다면 글로벌 공룡인 '질레트'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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