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전에서 컷 탈락 안하고 4라운드까지 마친 것에 감사합니다. 샷이 정말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 프로생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도하 아시안게임 2관 왕인 김경태(21ㆍ연세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밝았다. 태국 푸껫의 블루캐년 골프장(파72ㆍ7,179야드)에서 끝난 유럽투어 조니워커 클래식(총상금 125만 유러)에서 막 스코어 카드를 접수하고 돌아선 길이었다. 마지막 2개 홀에서 보기, 더블보기로 3타나 잃었기 때문에 풀 죽었을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목소리에는 데뷔 전을 마친 루키의 흥분이 묻어 있었다. “마지막에 스코어를 잃은 것은 아무래도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고 했지만 “이렇게 샷이 안 되는 상황에서 플레이를 해본 경험이 앞으로의 프로 생활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돌려 생각하는 의젓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버디를 5개나 했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잃어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40위권. 약 1,000만원이 넘는 상금을 차지하게 됐다. 생애 첫 상금으로 꽤 두둑하지만 아마추어 시절 이미 프로대회 2승을 올린 ‘우승자’로서 경기 내용은 성에 차지 않았다. 첫날처럼 이날도 초반에는 기세가 등등했다. 파4의 1번홀과 4번홀에서 2.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6번홀(파5)에서는 세번째 샷을 1m 에 붙여 가볍게 1타를 줄였고 이후 10번홀(파4)과 1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보탰다. 보기 위기도 잘 넘겼다. 5번홀(파4)에서 티 샷이 해저드에 빠질 뻔한 데다 두 번째 샷도 그린을 벗어났지만 파 세이브했고 8번홀(파4)에서는 2m의 만만치 않은 파 퍼트를 넣었다. 9번홀에서는 칩 인으로 파를 기록했고 12번홀에서는 10m짜리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샷은 불안한데 숏 게임, 특히 퍼팅이 호조를 보이는 형국이었다. 김경태는 이에 대해 “이번 대회 내내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고전했다”며 “대회 코스가 워낙 좁아 한번 감을 잃으니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불안했던 샷은 결국 17, 18번홀에서 김경태의 덜미를 잡았다. 파3의 17번홀에서는 티샷에 세컨 샷까지 짧아 결국 2온2퍼트로 보기. 마지막 홀에서는 티 샷이 나무 뒤쪽에 떨어져 도저히 샷을 할 수 없게 되는 바람에 레이 업했으나 세번째 샷이 그린 오버, 네번째 샷은 뒤땅 성으로 온 그린에 실패하면서 결국 5온1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한편 김경태는 5일 오전 10시 귀국할 계획이며 학교 생활을 병행하면서 국내 골프대회 시즌 개막을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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