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중국 현지에 생산라인을 갖춘 글로벌 기업과 현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을 거꾸로 활용해 실적을 올리는 국내 중소형 상장사들이 있다. 상하이의 최저임금 인상폭은 2012년 13.3%, 지난해 11.7%, 올해 12.4%에 이르는 등 중국 지역 기업의 임금인상 부담이 매년 가중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소재 및 2차 전지 소재 자동화 설비인 롤투롤(Roll to Roll) 장비를 제조하는 피엔티(137400)는 지난 16일 중국에 대규모 자금을 들여 롤투롤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자기자본의 31.84%에 해당하는 153억원을 이번 공장 신설에 투입한다. 피엔티가 공격적으로 중국 현지로 진출하는 계기는 바로 중국 내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다. 중국 현지 제조업체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으로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자동화 설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피엔티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스카치테이프를 생산하는 중국 현지 업체의 경우 생산자들이 일일이 판매제품 길이에 맞게 작두로 자르는 등 작업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며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제품 생산 비용이 판매 금액과 비슷해지면서 중국의 기업이 자동화 장비를 이용해 생산하는 방안을 많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중국 공장 설립을 위한 토지 계약이 완료됐고 완공까지는 6~7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현지화 전략을 활용해 관세·운송비·물류비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메라 모듈 및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하이비젼시스템(126700) 역시 중국 인건비 상승이 기회다. 중국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 카메라 모듈 업체 입장에서 더 이상 수작업으로 이익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에 하이비젼시스템의 장비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08년부터 중국 인건비 상승과 맞물려 중국에 자동화 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인건비 상승뿐만 아니라 사회가 발전할수록 정밀화 작업이 진행돼 자동화 장비 등 공작기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미국 등도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공작기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장비·플랜트 등 대형사가 우선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중소형사도 이 추세를 따라 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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