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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영업] <1> 고용 대박 속 감춰진 진실

음식·도소매업 5년 내 70% 폐업… 월 순익 149만원 그쳐<br>■ 베이비부머 창업자의 우울한 실상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불황으로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 신촌 거리의 한 상점에 '당분간 휴업합니다' 라고 씌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경제DB


신생 프랜차이즈 업체 난립… 초보 창업자 돈 날리기 일쑤… 소상공인 27% 적자 시달려
일부 컨설팅사 고수익 미끼… 가맹점 운영 사업비 모금… 신종 탈법행위까지 기승


#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에서 치킨전문점을 하고 있는 김모(52)씨. 건설회사에서 퇴직하고 지난해 1억원을 들여 신생 치킨전문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가맹본사에서 가맹비도 받지 않고 인테리어 비용이 저렴하며 월 순익 최소 500만원 보장이라는 주장을 믿고 과감히 투자했다. 하지만 2~3개월간 전문점을 운영해보니 가맹본사에서 직원이 적다며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회피했다. 영세한 가맹본사가 계육 가공업체를 끼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가맹점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다.

결국 김씨는 은행에서 대출 받은 창업자금 5,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낼 수 없게 되면서 점포를 내놓기로 결정했지만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골치다. 가맹본사는 "점포 입지가 좋지 않으니 더 나은 상권으로 가서 장사를 해보라"고 권하는 등 김씨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김씨는 이자 부담이 크지만 당장 하는 일 없이 노는 것도 부담스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김모(56·서울 동대문구)씨는 2년 전 6,000만원을 대출해 편의점을 차렸다. 아직 대학생인 아이들 때문에 급한 마음에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편의점을 선택했지만 생각만큼 운영이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근무자 관리였다. 아르바이트 학생은 직장 부하직원과 달랐다. 갑자기 근무자가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을 때는 하루종일 일을 해야 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까지 밤을 새면서 일을 하자 건강에도 무리가 왔다.

20년 동안 직장 생활만 했던 김씨는 계산만 해주면 될 줄 알았던 편의점 운영이 의외로 복잡하게 느껴져 본사의 운영 시스템을 따르는 것도 힘에 부쳤다. 매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김씨는 월 평균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점포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입은 200만~250만원 안팎이다. 대출 이자까지 빼면 생활비는 더 줄어든다.

김씨는 "밤에 잠도 못 자고 일을 했고 매일 매장을 쓸고 닦으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은 데 비해 버는 돈이 너무 적어 생활이 힘들었다"면서 "얼마 전부터 편의점을 접고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 이모작을 꾸리려는 베이비부머의 '창업의 꿈'이 무참히 좌절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베이비부머가 주로 진출하는 숙박·음식점업과 도ㆍ소매업의 연도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절반 정도(54.1%)만 살아남고 5년이 되면 70% 이상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베이비부머가 주를 이루는 소상공인의 월평균 순익도 149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26.8%의 소상공인들은 아예 적자에 시달리거나 무수입 상태에 처해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신규 가맹점 설립을 사실상 막으면서 신생 프랜차이즈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신생 프랜차이즈는 베이비부머의 가맹사업을 끌어내기 위해 '가맹비 무료' 등 각종 조건을 내세우며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경험이 전무한 초보 베이비부머 창업자가 검증 받지 않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선뜻 가맹하다 보면 투자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빚에 몰리는 형국이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창업 초보자가 프랜차이즈 업체의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공개서를 혼자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며 "최소 6개월 이상을 투자해 가맹본사를 방문하고 창업지역 점포를 살펴본 후 신중하게 고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창업자를 노린 신종 탈법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유수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굽네치킨'은 일부 창업컨설팅 업체가 베이비부머로부터 자금을 모아 가맹점 사업에 나서는 것을 포착해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창업컨설팅 업체가 500만원을 투자하면 연간 수익률 60%를 보장 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장님'이 될 수 있다며 베이비부머로부터 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이 창업컨설팅 업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인수해 운영하면서 충분한 수익률을 올려 수익금을 돌려준다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가맹점 인수에 성공해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현혹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굽네치킨은 이에 대해 가맹점 양수ㆍ양도는 가맹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베이비부머 예비 창업인이 이 같은 유혹에 넘어가지 말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창업컨설팅 업체를 유사수신행위로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예비 경창업자의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일반 프랜차이즈 업체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편의점 창업으로 쏠리는 베이비부머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편의점 수는 2만650개로 2010년보다 21.9% 늘었다. 편의점의 경우 창업비용이나 물류비용 상당 부분을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어 프랜차이즈보다 다소 사정이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손에 쥐는 수입이 적어 생활 유지에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부 이모(51) 씨는 "5년 가까이 편의점을 하고 있지만 월 수입이 200만원도 안 된다"며 "하루종일 매장을 지켜야하다 보니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남편까지 돕고 있지만 남는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 본사가 매출의 40%를 로열티로 가져가고 추석ㆍ발렌타인데이 이벤트 상품을 다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되자 편의점을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탈출도 여의치 않았다. 계약기간이 5년이어서 의무적으로 기간을 채워야 하고 계약만료 전에 그만 둘 경우 인테리어 잔종가라는 페널티를 본사에 물어야 했다.

한 창업전문가는 "퇴직한 베이비부머는 막상 할 만한 일이 없어 결국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요즘처럼 내수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이들이 주로 하는 도ㆍ소매업이나 숙박업, 음식점 등은 직격탄을 맞게 되고 그렇다고 사업을 접는 것도 투자 원금이나 담보 부담 등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라면서 "이들로서는 진로도 퇴로도 꽉 막힌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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