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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OPEC의 고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원유가를 자신들의 목표 가격대인 배럴당 25달러내외에서 안정시키는 데 실효를 거두어 왔다.그러나 회원국간 그 같은 가격 카르텔이 얼마나 오랫동안 더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의 근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OPEC은 이라크의 원유 수출이 재개될 가능성에도 불구 이번 주 하루 최고 2,420만 배럴의 산유량 한도를 지켜나갈 것에 합의했다.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만약 금년 여름을 지나며 과도하게 유가가 치솟을 경우 증산하거나 혹은 수요가 줄어들 경우 감축을 약속했다. 이는 만약 유가가 기준 범위인 배럴당 22달러에서 28달러 사이를 벗어날 조짐을 보일 경우 생산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고수해나가겠다는 회원국들의 의지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OPEC의 고민은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자동적으로 동작되지 않는 다는 데 있다. 유가의 목표 범위란 것은 적절한 원유가에 대한 회원국간 견해차를 가리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가장 귀중한 자원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할 산유국은 거의 없다. OPEC내 힘이 있는 실세(實勢)는 사우디 아라비아다. 지난해 이 나라는 다른 회원국들의 비난에도 불구, 거의 일방적으로 산유량을 늘렸다. 막대하고 조절 가능한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유가의 폭락과 폭등을 완화시키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국가의 급격한 경기 둔화에 영향을 줄 만큼 낮은 유가의 안정적 추이는 세계 경제를 돕곤 했다. 지금 시점에서 본 세계 경제 전망은 일년 전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을 늘렸을 때 보다 훨씬 어두운 상황이다. 에너지가격 하락은 기업 이익을 늘리고 에너지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지난해 유가 상승의 악영향은 당연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나타나고 있으며 만약 고유가 상태가 지속된다면 노동비용의 상승과 같은 2차적 인플레이션 효과가 심각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낮은 에너지가격은 중앙은행이 인플레 우려에 직면해 있는 유럽과 미국에서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제거시킬 수 있다. 금년도 석유시장은 선진권을 중심으로 높은 계절적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은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OPEC은 산유량을 늘리기 전 유가가 배럴당 28달러대(브렌트유 경우는 배럴당 30달러대)를 넘어설 때까지 기다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진다면 석유 수요가 급감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도 가정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OPEC의 고민은 유가를 끌어내리고자 하는 노력과 반대로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언제나 빗나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 같은 점들이 바로 원유가 카르텔이 갖고 있는 태생적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OPEC이 원유시장에서 가격 조절 기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오히려 좋은 일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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