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차 판매 비중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불황 장기화에 따른 현상이 아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젊은이들의 평균 결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는 등 인구 구조와 삶의 패턴이 변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과거에는 가족과 함께 타기 좋은 중형차 이상이 잘 팔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형차가 많이 판매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 5개사의 차급별 판매량을 분석해 보면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경ㆍ소형차만은 판매가 급증했다. 이 기간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등 경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6.4% 증가한 10만7,210대가 팔렸다.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GM '쉐보레 아베오' 등 소형차 판매는 자그마치 44.5%나 늘었다.
이 기간 상용차를 제외한 자동차 시장 전체 규모가 57만4,501대로 지난해보다 5% 이상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판매 비중도 경차와 소형차가 각각 18.7%, 4.5%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5%포인트, 1.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가족을 염두에 둔 소비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차급에서는 준대형차 28.3%, 대형차 14.8%씩 판매가 줄었다. 현대차 '아반떼'로 대표되는 준중형차도 판매가 25.1% 줄어들어 전체에서 비중이 17.4%로 지난해보다 4.6%포인트 낮아졌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미혼남녀가 메인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개인사업자와 법인ㆍ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부유층 '엄마들'이 주된 수요층이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등록된 수입차 중 배기량 2,000㏄ 미만의 비중은 48%에 비해 6%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폭스바겐의 소형ㆍ준중형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BMW그룹코리아가 수입하는 미니(MINI) 브랜드도 각광 받고 있다. 소형차의 강점을 지닌 프랑스차 푸조와 시트로엥의 인기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는 노년층을 배려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의력, 운동능력, 순간 판단력, 순간 대응력 등이 예전 같지 않은 노년들이 안전하게 운전하고 주차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을 속속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기아차 'K9'은 옆차선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시각ㆍ촉각ㆍ청각 신호로 알려주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을 적용해 차로 변경 안전성을 높였고 현대차 '아반떼', 'i40', 기아차 'K5' 등은 차량이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가며 평행주차를 완료하는 '주차조향 보조시스템'을 탑재했다. 현대차 '그랜저' 등은 하늘에서 차를 내려다본 것 같은 영상을 제공해 주차를 돕는 '어라운드뷰' 시스템을 갖췄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교통과 운전 분야의 상대적 약자가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상시적인 목표"라면서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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