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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의 보험산업] 구조조정 급물살.. 생존 몸부림
입력1999-08-02 00:00:00
수정
1999.08.02 00:00:00
한상복 기자
혹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생명보험사가 경쟁대열에서 탈락, 간판을 내렸으며 근근히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생보사들도 새 주인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손해보험사들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차원에서 사력을 다해 고객잡기에 나섰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자유화되면 대형사들이 물량공세에 나서면서 중소형업체들을 압박, 손보업계도 구조조정의 급류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생사의 기로에서 간신히 턱걸이를 하고 있는 일부 손보사들의 손아귀에 벌써부터 힘이 빠지고 있다. 격변기를 맞이한 보험산업의 실태와 업계의 생존전략 등을 특집으로 꾸민다.
모 손해보험사 K대표는 요즘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 일쑤다. 회사 걱정에 밥맛을 잃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싫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 매일같이 영업담당자들을 불러 질책하고 독려하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회사 경영이 엉망이 될 것 같아 좌불안석이다. 영업조직이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경쟁사가 영업을 잘해서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K대표만이 아니다. 대다수 손보사 경영진이 「세기말의 공포」에 휘말려 있다. 최근 시장점유율을 높인 한 손보사 대표는 『경영여건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걱정의 이유로 꼽는 원인은 두가지. 내년부터 손해보험시장의 수익성이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보험료율 자유화를 계기로 경쟁이 「피보기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가뭄으로 먹을 것은 떨어져가는데 입만 많다면 결국에는 입을 줄여 남은 사람만이라도 제대로 먹는 것 외에 방법이 있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
11개 손보사는 지난 98회계연도(98년4월~99년3월)에는 총 2,2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올 회계연도에는 흑자 규모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사고발생 급증에 따른 손해율과 보험모집을 위한 사업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 채산성마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구조조정을 은근히 기대하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으며 이는 『모 보험사가 얼마 못 갈 것』이란 루머도 번지고 있다.
삼성생명 경영진은 요즘 쾌재를 부르고 있다. 99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6월말까지 3달만에 주식투자를 통해 2조원 이상의 떼돈을 벌었다. 평가익만 2조5,000억원에 이르고 주식을 처분해 얻은 이익(실현이익)도 6,000억원을 기록했다. 증시가 이대로만 간다면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실현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생보사들도 삼성생명처럼 호시절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교보나 흥국 등 일부 우량사를 제외한 상당수가 「구조조정의 칼날」앞에 서있다. 까닥 잘못했다가는 간판을 내릴 위기에 몰리게 된다.
지난해 8월, 4개 부실사 퇴출로 촉발된 생보사 구조조정은 국민·제일생명 해외매각 성사에 이어 대한생명 등 6개 부실사 정리로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조정의 물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정부가 보험사 부실여부의 판단기준인 지급여력비율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보험사들이 생존을 위해 넘어야할 고개는 하루가 다르게 험난해 지고 있다.
중견이하 생보사들이 걸어야 할 길은 대형사들의 그것보다 가파르다. 대형사들이 든든한 자금력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일 때 이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체력과 기동력을 갖춰야만 간판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보험시장은 대형사들조차 앞날을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존 대형사들은 지난 80년대말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20여개 후발사를 거뜬히 무찌르고 승승장구해온 것이 사실. 삼성과 교보, 대한생명 등 이른바 「빅3」의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고객들의 대형사 선호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시장점유율이 상승 일로에 있다.
하지만 이들 대형 생보사가 오는 21세기에도 이같은 힘을 자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큰 판에서 놀던」외국계 대형사들이 속속 국내시장에 상륙하면서 시장쟁탈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생명과 독일의 알리안츠생명이 각각 국민과 제일생명을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대한생명도 외국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외국사들이 무리를 해가면서 공격경영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각종 선진기법을 동원해 시장을 잠식해간다면 장기적으로는 무서운 경쟁상대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불변의 사실이 21세기를 앞둔 보험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일부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방카슈랑스 열풍」도 동맹세력과 합쳐 힘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생보업계도 정부의 방침을 탐색하며 타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한 세불리기에 나설 조짐이다.
21세기형 새로운 시장질서는 외국계 보험사가 주도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자본과 상품개발력, 선진 판매기법 등을 두루 갖춘 선진업체들의 진입은 우리 시장이 이제는 국제경쟁의 양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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