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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타화상/양수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로터리)

지난 35년에 걸쳐 한국인이 이루어 놓은 경제 기적의 비결로서 흔히 정부와 기업간의 협력을 꼽지만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가 사실은 지난 35년간 상하관계의 구도속에서 긴장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왔으며 그런 가운데 기업은 정부에 의한 시혜를 추구해야 했다.한국의 경제 기적의 그림자에는 부패와 강압과 정실이 도사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이루어놓은 경제기적의 저변에 있었던 국민적 합의가 한국의 경우에는 결여되어 왔다. 대기업의 중역실, 공장의 근로현장, 투박한 모습의 관공서내…. 곳곳에서 기업인과 근로자와 장군과 관료들 상호간의 대치가 전개되어 왔다. 기업이윤은 고비용 정치의 돈줄이 되어왔으며 한국의 경영인들은 기업경영인이라기보다는 정치경영인으로서 수완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유교문화의 결실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유교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지배를 받고 민족상쟁을 겪는 과정에서 변질되었다. 군사문화가 자리를 잡으며 강압이 정당화되고 이것이 유교적인 상하간의 합의를 대치하게 되었다. 그래서 진정한 합의의 문화가 결여되어 왔다. 한국인들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직면해서는 강렬한 민족주의를 발휘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꽁꽁 뭉친다. 이것이 한국 경제기적의 비결이다. 그러나 외부적 위협이 없어지면 지역간 대립, 계층간 갈등, 국민상호간의 불신 등으로 인해 분열되곤 한다. 한국인들은 과격할 정도로 평등주의적이다. 이로 인해 경제적 번영은 정치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 한국인은 역경에는 강하고 순경에는 약하다. 그에 따라 한국은 줄곧 위기속에서 살다시피해 왔으며 지도자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위기의 창출에 기여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동아시아의 시장경제 국가중 가장 권위주의적이고 정부주도적인 국가로 운영되어 왔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다보니 정치적 경련이 주기적으로 일곤 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상과 같은 신랄한 평가는 필자의 견해가 아니고 80년대 초부터 줄곧 한국을 취재해 왔던 어느 외국언론인(마크 클리포드)의 견해(「도전에 직면한 호랑이」)이다. 음미해볼 만한 내용이기에 본란에 소개해 보았다. 이 사람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모든 것들이 한국이 애써 이루어 놓은 경제기적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이들 부산물을 청산하는 것, 그것이 한국의 경제기적을 재창출해 나가기 위한 길이다. 한국인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위대한 생존력으로 이들을 번번이 극복해내곤 했다. 한국인은 이와같은 생존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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