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 평가기관인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올린 것은 국내 경제에 상당한 의미는 지닌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되는 마당에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나 펀더멘털이 높게 '인증'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 97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더블 에이(AA-)'로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 기대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대외 신인도 제고는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조달 여건 개선, 국내 금융시장의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의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건수(중복 합산)는 총 59건으로 상향조정 건수(26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번 조정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 8월 미국의 최고신용등급(AAA)을 한 단계 강등한 이후 세계 각국의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첫 번째 사례다. 지난 8월 6일 S&P가 미국의 최고신용등급(AAA)를 강등한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등급이 무더기로 하향 조정됐다. 일본이 8월 23일 무디스 'Aa2'에서 'Aa3'로 강등된 것을 비롯해 이탈리아가 9월과 10월에 S&P와 무디스로부터 ' A+'에서 'A'로, 'Aa2'에서 'A2'로 각각 강등됐다. 스페인 역시 10월에 S&P와 무디스로부터 한 등급 낮아지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올 들어 A등급 이상 국가들에 대한 신평사의 상향조정 실적은 드물었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피치는 올해 'A' 등급 이상 국가들에 대한 상향 조정은 칠레와 에스토니아 등 2차례에 불과했고 S&P도 4건에 불과했다. 무디스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뀔 경우 통상 1년 뒤에는 등급도 오르는 전례를 비춰보면 내년께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15년 만에 다시 AA-로 오르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피치로부터 AA-급 이상을 받는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에 불과하다. 또 이번 피치의 평가는 S&P,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S&P는 지난달 우리 정부와 연례 협의차 방한했고 올 12월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S&P는 한국 신용등급을 'A'로 무디스나 피치보다 한 단계 낮게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의 경우 최근 한국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했으나 현재 '안정적'으로 평가한 전망치의 상향조정이 내년에 기대된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장밋빛 낙관론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피치는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 가변적인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높은 대외 의존도, 내년 만기 도래하는 외채가 657억 달러로 상당히 크다는 점 등을 꼽았다. 뒤집어 얘기하면 이 같은 요인이 부각될 경우 신용등급의 상향조정도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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